‘몰상식한’ 한국 언론의 속내를 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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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한’ 한국 언론의 속내를 들춘다
[인터뷰] ‘9시의 거짓말’ 펴낸 최경영 KBS 기자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9.14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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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영 KBS 기자
<9시의 거짓말>(시사인북, 12000원)
▲ 최경영 KBS 기자
<9시의 거짓말>은 주류 언론에 속한 기자가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본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자 통렬한 내부고발이다.

지은이 최경영 기자는 지난해 KBS를 휴직하고 현재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는 ‘휴직 기자’다. 탐사보도팀과 <미디어포커스> 등을 거치며 ‘이달의 기자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한 최 기자는 지난 2008년 KBS 사장 교체과정에서 정권의 방송장악에 저항하다 스포츠중계팀으로 ‘보복 인사’를 당했고, 이듬해 유학을 결심했다.

최 기자는 책에서 ‘나는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했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스스로 경험한 한국 언론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PD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공중파 방송사 기자로 일하면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생각과 감정을 나름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최경영 기자는 제목에서처럼 ‘9시 뉴스’로 상징되는 한국 주류언론의 ‘몰상식’을 지적한다. 그는 이를 비교하는 잣대로 미국의 투자가 워렌 버핏의 ‘상식’을 사용했다. 그는 “몰상식하고 천민적인 정글 자본주의를 마치 지구상의 존재하는 유일한 형태인 양 왜곡·조장하는 한국 언론의 사기를 보여주는 데 워렛 버핏 만한 인물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주류에 영합해 권위를 의심하지 않는 한국 언론은 스스로 ‘객관적이고 항상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주류와 거리를 두고 이상하면 질문을 던지는 워렌 버핏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럼 누가 더 진짜 현실에 가까울까. 최 기자는 “돈벌이에 열중하는 워렌 버핏보다 우리 언론이 더 진실에 멀어져있다”며 씁쓸할 답변을 내놓는다.

책에서 최경영 기자는 ‘말의 이미지’로 본질을 흐리는 언론의 상징조작을 지적한다. 정부나 기업이 정한 언어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의 취약성도 꼬집는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 화두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언론이 ‘공정 사회’를 전달하는 태도를 최 기자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누가 공정해져야 합니까? 병역 면제받고 탈세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 관료들이 스스로 반성문 쓰고 공정해지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정해지라고 하니, 얼마나 우습게보겠습니까? 그런데 언론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조소를 무시하고 정부 선전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공허하지요, 위선적입니다. 비판 없이 정부를 따라가는 언론이 결국 자기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 <9시의 거짓말>(시사인북, 12000원)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과 후의 한국 언론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최 기자는 “기성 언론에서 분전하는 <PD수첩>은 마치 고립된 섬처럼 보이고, KBS 역시 새노조가 생겼지만 뉴스 소비자가 느낄 만큼의 콘텐츠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일간지의 의제설정 능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경향·한겨레는 여전히 어려우며,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는 극우언론과 대립각을 이루면서 시장에서 분화되어가는 느낌”이라며 “이대로 고착화되면 기득권 세력과 유착된 언론기관들이 현재의 주류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은 자명하다. 우리 민주주의에는 끔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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