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만남’ 20년 비결은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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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BS 불교방송 박광열 PD

▲ BBS 라디오 프로그램 '거룩한 만남'.ⓒBBS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이익을 바라지 않고 베푼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BBS 불교방송 <거룩한 만남>(매주 금요일 9시~10시, FM 101.9MHz)이 지난 10일 1000회를 맞았다.

1991년 4월부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만나 사연을 전하고 청취자들의 성금을 전달한 게 올해로 20년. <거룩한 만남>의 작지만 묵직한 걸음은 리퀘스트 방송프로그램의 효시가 됐다.

거룩한 만남의 과정은 이렇다. 각 종합병원의 사회복지팀과 <거룩한 만남> 자원봉사자 분들과 협의해 시급함 위주로 수혜자를 선정한다. 금요일 방송에서 사연을 내보내고,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십시일반으로 성금이 모인다. 천원부터 백만 원까지 다양한데 보통은 1만원~2만원이 많다. 시골서 농사짓는 분들은 쌀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한 회 모금액은 보통 천만 원 가량. 매주 목요일 은행 마감 전 통장정리를 해 금액 산출을 한다. 회사 결제 뒤 제작진이 직접 해당 가정을 방문해 성금을 바로 전달한다. 이 방법으로 20년 간 1000여 명에게 약 60억 원을 전달했다. 100회 때는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성금모금 생방송을 진행했고 900회 기념에선 영등포 쪽방촌의 빈곤층 수십 가구에 생계지원금을 전달했다.

<거룩한 만남>을 제작하는 박광열 PD는 청취자들의 ‘십시일반’이 20년 방송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도우려는 마음을 갖는 분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을 연결해주는 도구입니다. 방송을 들어주시고 작은 돈이나마 성금을 보내주신 분, 성금은 보내지 못했지만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신 분, 이분들의 지원과 격려가 1000회를 만들었습니다.”

▲ 박광열 BBS 불교방송 PD ⓒPD저널

박 PD는 <거룩한 만남>으로 가끔씩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떤 때는 사연을 듣다가 진행하시는 스님과 스텝 모두 가슴이 먹먹해져요. 안 그래도 살기가 어려운데, 어렵다 해도 이렇게 어려울 수 있나. 방송이 끝나면 다들 굉장히 우울해질 때도 있어요.”

안타까운 사연일수록 청취자들이 더 많은 보시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 이집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집이 있어요. 나중에 그 집에 성금이 많이 들어오면 너무 좋죠.” 그는 청취자들의 성원으로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진다.

청취자들의 ‘무주상보시’와 제작진의 노력은 소외된 수많은 이웃들을 웃게 했다. 박 PD는 <거룩한 만남>을 통해 “종교방송이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노인복지, 다문화, 여성, 장애인 분야에 주목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자 했다.

1000회 방송에선 합천 ‘평화의 집’ 원폭피해자를 만났다. 2‧3세대 피해자를 지원하는 취지였다. 상업방송이었다면 전파를 타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박 PD는 청취율 중심의 라디오프로를 경계했다. “청취율에 휘둘려 대부분의 라디오프로가 신변잡기나 말장난으로 가고 있어요.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불교방송만의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이런 프로가 지탱하고 있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거룩한 만남>은 지금껏 1000번의 만남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불교에서 한 번 인연은 굉장히 소중한 인연이에요. 많은 분들을 만나뵈면서 (제목에 등장하는) 거룩하다는 말이 정말 거룩하게 느껴졌어요.” 박광열 PD는 “사람들이 풍족해서 돕는 게 결코 아니”라며 “있는 사람들이 소외된 분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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