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권’은 경영진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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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권’은 경영진의 전유물이 아니다
[큐칼럼]
  • PD저널
  • 승인 2010.09.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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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오면 방송사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개편’의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는 방송사들이 부분 조정을 통해 채널 편성을 수시로 바꾸는 일이 다반사지만, 여전히 개편은 각 방송사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중요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다. 이 때문에 ‘개편’철이 되면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과 관계자들은 개편의 논의과정과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개편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방송사의 편성과 관련해서 일선 제작진과 시청자의 의견들이 무시되며 토론이 사라지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곧 최종결정이 되는 일방적인 편성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불통’의 풍경은 방송사의 경영진이 이른바 ‘편성권’이라는 말을 남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편이 아니라도 경영진의 편성권 남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정권 홍보성 프로그램들이 갑작스레 편성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프로그램의 명칭이 바뀌고 제작진이 갑자기 교체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끝내는 폐지되고야 말았다.) 급기야 방송 당일 경영진의 일방적인 시사요구와 그에 이은 일방적인 불방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도 경영진의 ‘편성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방송사는 탐사,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영진의 ‘편성권’을 들먹이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편성권(編成權)은 ‘편성이 독립적으로 행사될 권리’를 의미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편성권의 주체이다. 편성권이 ‘누구’에 의해서 행사되며, ‘무엇’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여기서 등장한다. 편성권은 ‘방송사’가 권력과 자본 등 각종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행사될 권리여야 한다.

즉 방송사의 경영진은 방송을 둘러싼 각종 외압을 막아내고, 일선 제작진들이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도록 방송사의 편성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방송사 곳곳에서는 편성권이 마치 ‘경영진’이 ‘회사 내부의 의견’으로부터 독립하여 전횡할 수 있는 권력처럼 변질되었다. 편성권이 일부 경영진들의 권력을 향한 눈치 보기와 자신의 보신을 위한 전가의 보도인양 잘못 휘둘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편성권의 개념을 정확히 규정하고 바로 세워야 한다. 편성권은 결코 경영진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 이상 일부 방송사 경영진에 의해 변질된 ‘불통’의 편성권을 용납할 수 없다. 이제 제작진,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올바른 편성권을 되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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