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이전투구에 시청자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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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이전투구에 시청자 소외”
200원도 아까운 케이블? 재전송유료화 시청자 중심 해법 주문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9.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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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부부로 잘 살다가 도움이 안 되니 나가라고 하면서 그동안 하던 게 있으니 빨래와 청소는 계속 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정책국 정책팀장

“지상파가 바람나서 헤어지는 거 아니다. 오히려 학대받아서 헤어지는 셈이다. 그동안 이용만 하고 보상은 안 해주지 않았나.”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정책실 연구위원

케이블의 지상파방송 동시 재송신이 지상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과 관련해 케이블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재전송 유료화가 부당하다며 항소를 준비하는 한편 지상파 재송신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여서 시청자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즉각 중단하고 협상에 나서라”며 케이블 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상파-케이블 간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에 소외된 시청자들의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 16일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케이블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와 관련해 시청자 중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로 16일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중단 판결, 시청자중심의 해법이 필요하다’에 관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당장 이익에 급급한 이전투구로는 양자 모두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시청자를 볼모로 한 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갈등이 아닌 시청자를 중심에 두고 대승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현재 케이블은 공익성을, 지상파는 수익성을 얘기하는 역전된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며 “지상파는 오랫동안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강조해 온 만큼 그에 상응하는 높은 책임의식을 보이고, 케이블SO는 실익이 담보될 수 없는 재전송 중단 선언을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케이블 공방…“왜 케이블만 특별대우 바라나”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도 지상파와 케이블 간의 공방은 계속됐다. 지상파 측은 케이블 업계를 향해 “여론전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케이블 측은 “당장 대가(유료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 나설 수는 없다”며 맞섰다.

케이블을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정책국 정책팀장은 지상파의 재전송료 요구에 대해 “시청자들의 시청권은 도외시한 채 스스로가 무료 보편적 방송사업자로서의 위상과 그에 따른 의무를 파기하고 자신들의 지위를 또 다른 ‘유료 방송콘텐츠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케이블이 지상파 재전송 중단까지 각오하고 지상파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이유는 무료 보편적 공공재 성격이 강한 지상파를 사실상 유료화 하려는 지상파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만약 케이블에서 지상파에 대한 재전송 비용을 주게 된다면 결국 케이블 시청료 상승요인이 발생해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시청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상파 측 대표로 참석한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정책실 연구위원은 “케이블 가입자들이 디지털 상품에 대해 월 2~3만원의 가입료를 내고 있다. 이렇게 가입료를 받는 케이블이 지상파 동시 재전송의 대가로 200~300원을 내지 않겠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각각 케이블과 지상파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팀장(왼쪽)과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PD저널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도 “이번 법원 판결의 핵심은 지상파의 재산권으로서 동시중계방송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스카이라이프와 IPTV는 그 권리를 존중해 비용을 부담한다. 그런데 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만 지상파 권리 침해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느냐”면서 “법원이 재산적 가치를 부여해줬는데 어떤 특정인만 우리는 돈을 안 주겠다며 특별대우 해달라고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 해달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고민수 교수는 이어 “만일 케이블의 재전송 중단으로 1500만 명의 가입자가 지상파를 못 보거나 다른 유료방송 서비스로 옮겨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면 그 사회적 비용 발생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난시청 해소 않는 KBS, 재송신료 요구 모순”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송신료를 요구하는 지상파나 시청자를 볼모로 삼아 재전송 중단 으름장을 놓는 케이블 양측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경채 관악구의원(진보신당)은 “KBS가 케이블 재송신 수수료를 받으면서 한편으로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받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이중납부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는 해석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 케이블SO가 100원이든 200원이든 재송신료를 부과하는 문제는 수신료와 연동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난시청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난시청 해소 역할을 하는 사업자에게 재송신료를 강제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케이블TV 역시 난시청 해소 기능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고객 확보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주었던 불편, 부당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며 “케이블 업계가 자구책을 약속하지 않으면서 난시청 해소를 일정 부분 감당하는 것만으로 케이블TV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신뢰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자의 권리와 선택이 끊임없이 제한되는 구조에서 방송사업자간의 이해다툼은 타당하지 않다”며 “양자가 국민에 대한 약속이나 입법 과정, 정상적 합의 등을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까지 ‘한시적 의무 재송신’도 방법”

강혜란 소장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향후 디지털 재편 과정을 고려한 일관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전환까지 ‘한시적 의무 재송신’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강 소장은 “지상파와 케이블이 자기 포지션을 정확히 인식한다는 측면에서도 ‘한시적 의무 재송신’과 같은 방법을 통해 디지털 전환까지 스케줄을 공유하며 상호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임성원 팀장도 “난시청 문제가 있다면 한시적 의무 재송신으로 디지털 전환 완료 후 95% 이상 직접 수신이 가능할 때까지 의무 재송신을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과 미비한 법 제도 보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성옥 연구위원은 “방통위가 재송신 정책과 관련해 일관된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디지털 환경이나 종합편성채널 시장에서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원 팀장은 “현행 방송법 체계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보완적 관계를 중점에 두고 만들어진 만큼 향후 방송법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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