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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뉴스메이커] 조원철 연세대 교수, CBS ‘이종훈의 뉴스쇼’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서울에 259.5mm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광화문이 물에 잠긴 것과 관련해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공학과)는 24일 “광화문 광장 조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물폭탄은) 기본적으로는 천재(天災)적인 상황이었지만 인재(人災)적 요소도 많았다”며 배수시설의 문제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며 가로수를 없앤 것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광화문에 가로수가 많았는데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전부 돌로 다 발라버렸다. 돌로 바르니까 물은 양쪽으로 전부 흩어져 나가는데, 물이 땅 속으로 침수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또 배수구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9월 24일 3면
또 “국토해양부 설계기준도 잘못돼 있다. 몇십년 전 쓰던 것(2차로 기준)을 그대로 쓰고 있다. 현재 광화문은 8~10차로이기 때문에 기준, 크기, 모양 등 전부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크기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광화문 광장 조성 당시) 전체의 큰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세밀한 부품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자가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면서 가로수를 없앤 것은 영향이 없냐”고 질문하자 조 교수는 “영향이 있다. 가로수가 있으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을 수 있는데 (가로수를 뽑는 바람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한꺼번에 땅바닥에 닿다 보니, 물이 흘러가는 양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다 보니 홍수량이 더 많아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광화문 물폭탄과 청계천 복원 사업의 연관성에 대해선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오히려 청계천은 수도의 물 흐름 기능을 더 원활하게 해줬기 때문에 일단 물이 들어오면 그 다음에 잘 빠져나가는 것으로 현장에서도 봤다. 문제는 (광화문에서 정체가 되며) 청계천까지 물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광화문 광장 자체가 이번 수해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1995년부터 추세가 분명히 나타났던 만큼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국가사회기반시설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정치적으로 생색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때문에 예산이나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낼 수 있고, 보기 좋은 것에 더 신경을 쓰면서 이런 국가기반시설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안 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 인터뷰 전문
이번 수도권 물난리, 방재전문가의 진단 들어보겠습니다.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조원철 교수 연결돼있습니다.

◇ 이종훈> 이번 수해를 천재로 봐야 할까요, 인재로 봐야 할까요?

◆ 조원철> 기본적으로는 천재적인 상황이었죠. 우리가 예상했던 그 이상으로, 두 배 이상으로 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추석명절이라고 하는 것하고 겹쳐져서 재난안전관리 실무를 맡은 분들이 명절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겹쳐져서, 전체적으로 천재였습니다만, 그러나 인재적인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배수시설을 해놓은 것도 있고, 또 했다고 하더라도 가동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또 어떤 곳은 시설 자체가 모자라는 곳도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천재적인 상황에서 인재적인 요소가 있다, 라고 얘기드릴 수가 있습니다.

도시에 배수시설을 할 때 보면 설계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빈도’라고 해서 10년 빈도, 20년 빈도, 확률을 가지고 얘기하는데요. 1%의 확률, 10%의 확률을 가지고 하는데요. 이제는 확률 가지고 하는 설계규모를 결정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라고 하는 것이 거의 판단이 났습니다. 지난 한 9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그런 개념을 갖고 해왔는데, 기후변화와 더불어서 그런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거의 확정됐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이종훈> 특히 광화문에 물 넘치던 사진이 국민들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말이죠. 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배수시설을 제대로 안 만든 건가요?

◆ 조원철> 광화문에 굉장히 가로수가 많거든요. 거기다가 이번에 새로 조성을 하면서 전부 돌로 다 발라버렸거든요. 돌로 바르니까 물은 양쪽으로 전부 흩어져 나가는데, 물이 땅속으로 침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100% 다 포장을 해버렸고요. 그 다음에 그렇게 하는 것과 동시에 도로 끝에 보면 도로표면에서 하수관으로 물이 들어가는 배수구라고 하는 것이, 격자로 된 것이 있는데, 그게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해요. 현재 우리 국토해양부 설계기준도 잘못되어있고, 아주 몇 십 년 전에 쓰던 것 그대로 쓰고 있고. 그건 뭐냐면 2차로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놓은 거거든요. 그런데 현재 광화문은 8〜10차로거든요. 그러면 기준이 달라져야 되는데 그것에 대한 기준, 크기라든지 모양이라든지 전부 달라져야 되는데 그게 전혀 달라지지 않고 크기만 조절할 수 있다, 그래놓으니까 돈은 적게 드는 방향으로 가능한 한 적게 만들어버렸죠.

◇ 이종훈> 광장의 겉은 번지르르하게 만들면서도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손을 전혀 안 쓴 상황이네요?

◆ 조원철> 네, 그런 것이 기본인데, 전체 큰 것만 갖고 신경을 쓰다보니까 세밀한 부품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종훈> 청계천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청계천 복원사업도 영향을 미친 걸까요?

◆ 조원철> 청계천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청계천은 오히려 수도의 물 흐름 기능을 더 원활하게 해줬기 때문에 청계천으로 일단 물이 들어오면 그 다음에는 잘 빠져나가는 것으로 저희들이 현장에서도 봤고, 이론적으로나 실무에서 다 확인이 됐는데, 문제는 청계천까지 물이 가지 않았거든요. 가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것은 도로의 정체가 그만큼 많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광화문 광장 자체는 이번 수해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이종훈> 광화문 광장이 새로 조성되면서 가로수들도 다 없앴는데. 청취자들이 가로수 뽑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 질문을 많이 하네요?

◆ 조원철> 그건 영향이 있습니다. 가로수가 있으면... 우리가 나무라고 하는 것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을 수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무가 있으면 물이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한꺼번에 땅바닥에 닿다보니까 유출되는, 물이 흘러가는 양이 짧은 시간에 집중이 되다보니까 홍수량이 더 많아진 거죠.

◇ 이종훈> 하지만 기후변화가 충분히 예견된 일 아닙니까?

◆ 조원철>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5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1995년부터 기후변화의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났었거든요.

◇ 이종훈> 그러면 이런 것들이 다 고쳐졌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 조원철> 당연히 고쳐졌어야 되죠. 대비를 했어야 되는데, 이런 국가사회기반시설은 돈이 많이 들고요. 그 다음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렇게 생색이, 정치적으로 생색이 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전부 땅속에 들어가고 물속에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래서 예산이나 결정권을 가지신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내고 보기 좋은 것에 더 신경을 쓰지 이런 국가기반시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난 99년도 후반기에 수해방지를 위한 기획단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만들어서 기획을 했거든요. 한 2년 정도 집행을 하다가 그 다음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데도 생색이 안 나니까 그냥 예산이 다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또 2003년도에 한 40조가 넘은 계획을 세웠어요. 그것도 또 없어졌습니다. 2007년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종훈> 4대강 사업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들에 집중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여겨지는데요. 새로운 재난관리시스템, 이런 것도 마련되어야 하겠죠?

◆ 조원철> 자꾸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하는데, 현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거든요. 있는데 그게 제대로 작동되지를 못하고 있어요. 못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관리하고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매 2년마다 순환보직제도로 해서 자꾸 바뀌어버립니다.

◇ 이종훈> 역시 매번 같은 문제군요?

◆ 조원철> 그렇죠. 순환보직제가 문제인데, 이건 전문성과 오랜 경험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것도 순환보직제로 해가지고 한 1년 또는 2년간 경험을 하고 나면 또 다른 데로 가버리고 자꾸 그렇게 되니까 항상 교육만 시키죠.

◇ 이종훈> 시스템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이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문제도 상당히 있는 거군요?

◆ 조원철>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갖춰있다고 봅니다.

◇ 이종훈>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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