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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남자의 자격’ 박칼린 감독의 리더십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8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지난 7월 8일 창단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가 열린 9월 3일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해체됐다. 하지만 32명의 합창단원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넬라 판타지아’로 시작해 ‘피구왕 통키’로 끝난 ‘애니메이션 메들리’까지. 8분, 오롯이 그들이 들려주는 화음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웠고, 노래가 끝난 뒤엔 관객을 따라 박수를 쳤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봇물 터지듯 흐르는 합창단원들의 눈물에는 덩달아 코끝이 찡해졌다.

▲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과 박칼린 음악감독. ⓒKBS
지난 8주간, 그들의 연습부터 마지막 8분간의 공연까지,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이해됐고,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질투가 났던 건, 그들이 보여준 지휘자 박칼린 음악감독을 향한 애정이었다. 그들은 박칼린 감독을 ‘우리의 영원한 캡틴’이라고 불렀다. 함께 맞춰 입은 옷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 ‘캡틴, 오 마이 캡틴’이 적혀 있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와 같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캡틴’이 있다는 것, 그것이 내심 부러웠던 거다.

자연스레, ‘리더’의 역할을 떠올렸다. 재능도, 직업도 모두 다르고 합창의 ‘합’자도 모르던 32명의 오합지졸 합창단원. 그들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할 때 박칼린 감독이 던진 말은 “믿고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트별로 나뉜 악보를 받아들고 감조차 못 잡던 단원들은 말 그대로 그를 “믿고 따랐”고, 비로소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해냈다. 박칼림 감독의 카리스마와 열정, 그리고 32명의 ‘진심’이 만들어낸 성과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리더십이 없는 시대에 박칼린 감독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박칼린 감독은 ‘리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비교적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모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할 때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며 길을 이끄는 사람. 도착지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일단 믿고 가면 된다는 신뢰를 주는 사람.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리더상이 아닐까.

리더십이 없는 시대. 나라와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오히려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며 손가락질을 받는 사회. 함께 꾸는 ‘꿈’은 사라지고 소통 대신 명령과 억압만이 횡행하는 시대. 그런 요즘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리더를 가진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행복한 사람들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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