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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플러스’·‘W’ 등 9개 프로 폐지 확정…“공영성 포기한 도박”

MBC가 시사프로그램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한 시간 앞당기는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MBC노조와 PD협회, 기자회 등은 “공영성 포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MBC “저비용·고효율 프로그램 개발”

MBC는 2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후 플러스〉, 〈김혜수의 W〉, 〈음악여행 라라라〉 등 9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등 6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개편을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MBC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편안의 핵심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시청자) 중심의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 논란 속에 폐지가 확정된 '김혜수의W'(왼쪽)와 '후플러스'. ⓒMBC
그러나 MBC 유일의 국제시사프로그램인 〈김혜수의 W〉와 보도제작국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후 플러스〉를 폐지하는 대신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아름다운 이들을 위한 콘서트〉, 〈여배우의 집사〉 등 오락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한데 대해 “공영성을 포기한 개편”이란 비판이 높다.

실제로 〈후 플러스〉가 사라진 자리에 〈여배우의 집사〉(목요일 오후 11시 5분)가 들어섰고, 〈김혜수의 W〉가 폐지되면서 〈섹션TV 연예통신〉이 일요일 오후로 이동, 금요일 밤 9시 55분이라는 황금 시간대에 〈스타오디션-위대한 통신〉이 자리를 꿰찼다. 또 주말 〈뉴스데스크〉가 저녁 8시로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주말 저녁 8시 40분부터 밤 11시까지 두 편의 드라마가 연속으로 전파를 타게 됐다.

오락프로 편성비율 SBS보다 높아…“공영성 고려조차 안해”

이번 개편으로 MBC 시사프로그램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단 두 편만이 남게 됐다. 김재철 사장 취임 7개월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28일 특보를 내고 “이로써 MBC의 평일 프라임 타임대(오후 7시에서 자정까지)의 오락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상업방송인 SBS의 56.3% 보다도 높은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가 오로지 돈 벌이를 위해 공영성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침내 현실화 됐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MBC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며, 특정 형태 프로그램의 시간이 축소된 것을 가지고 공영성이 축소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량 분석의 전형적인 오류”라고 반박했다.

▲ 지난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돼 오는 11월 개편에서 정규 편성이 확정된 '여배우의 집사'. ⓒMBC
그러나 MBC노조는 “이번 개편에서 공영성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27일 열린 공정방송협의회에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광한 편성본부장 역시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는 MBC의 경쟁력을 올리지 않으면 종편 체제에서 꼴찌 채널을 면치 못한다”며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 폐지 등을 정당화했다.

28일 보도자료에서도 MBC는 “〈W〉는 5년간 누적 적자가 50억 원으로, 연간 평균 1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보다 국내 소외계층에 눈길을 돌려 해결책을 찾는 ‘저비용·고효율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경쟁력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위험한 도박”

40년만의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 또한 논란이 거세다. MBC는 “주말 저녁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욕구가 평일보다 앞 시간대로 당겨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앞서 수차례에 걸쳐 전화·설문지·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행태가 이처럼 변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노조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 이동은 KBS 9시 뉴스에 9시대를 고스란히 헌납하고, 1등 뉴스 경쟁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청 패턴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했지만, 이미 귀를 닫은 경영진은 막무가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MBC는 창사 이래 ‘공영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두 가지 기본 목표를 버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과 현 경영진은 ‘공영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 또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며 “‘공영성 포기’와 ‘위험한 도박’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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