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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제작·경쟁력 강화 명분…“경영진, 드라마 제작 몰이해”

MBC가 지난 28일 드라마국을 두 개의 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드라마국을 1국과 2국으로 나누어 드라마2국에서 자체제작을 총괄하도록 하고 일부 외주드라마는 편성콘텐츠부에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MBC측은 경쟁력 강화와 자체제작 활성화가 이번 조직개편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MBC 드라마 PD들은 “실질적 개혁은 도외시한 즉흥적 몰아붙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드라마국 ‘분국’ 문제는 이달 초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최근 MBC 드라마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사장이 드라마국 분국 등을 포함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이후 드라마국 내부에서는 외주제작 드라마를 편성부서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란 소문 등이 떠돌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에 드라마 PD들은 “드라마국의 쇄신은 필요하다”면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밀실 개편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지난 28일 MBC는 전격적으로 인사발령을 통해 드라마국 조직개편 사실을 통보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조합도 이날 오후에야 통보를 받았다”며 “사전 협의도 없었고, 조직개편 전에 인사발령부터 낸 셈”이라고 전했다.

사전에 우려가 제기된 대로 드라마국이 다른 부서로 분리되거나 편입되지도 않았고, 드라마2국 내에 기획제작부와 기획개발부까지 신설됐으나, 내부의 우려 섞인 시선은 그대로다. 노조 관계자는 “드라마국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급작스럽게 조직개편이 이뤄진 측면에 있다”며 “시간을 두고 깊은 논의를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드라마 PD들도 ‘드라마국 평PD회의 일동’이란 이름으로 29일 성명을 내고 “단순히 드라마국을 둘로 나누어 이름을 고쳐달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자체제작 드라마가 활성화되고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오히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드러난 경영진의 해법은 드라마 제작에 대한 몰이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택과 집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드라마의 운영과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도 모자랄 위기상황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 조직개편이 어떻게 드라마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가. 이렇게 다원화된 드라마국 조직에선 과연 누구에게 MBC 드라마에 대한 최종 책임을 물을 것이며 누가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통을 딛고 현재를 개혁해 나가자는 조직개편의 취지와 명분에는 100%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이 형식적이면서 일방적인 개편에는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진심으로 MBC와 드라마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영진은 밀실에서 나와 조직개편의 원칙과 지향점을 드라마국을 비롯한 사내 모든 구성원과 공유해 나가는 지정한 혁신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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