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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한 연예인 학력논란이 세간의 화제다. 사건은 타블로라는 가수의 미국 명문대 학력이 위조되었다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십이겠거니 했지만, 사건은 눈덩이처럼 확대되어 인터넷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확산되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라는 사이버 커뮤니티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으며 회원 수도 수만 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타블로는 타진요 운영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논란은 사법당국에서야 해결될 듯하다.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자,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는 특집을 편성해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의 인터넷 연예 저널리즘과 문화를 진단한다고 하니 점입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산케이신문의 맥락 모르는 비판

▲ 'MBC 스페셜-타블로 편'의 한장면. ⓒMBC
학력논란의 진실이 누가 맞건 간에 이 사건은 잘못하면 또 다른 오해와 희생양을 낳을 수도 있다. 지금 분위기로 본다면 그건 또 한국의 익명성에 기반한 네티즌 문화와 악플문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한 칼럼이다. 칼럼에서는 한국의 네티즌들은 정체불명의 괴물과 같다고 비난하며 네티즌 문화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최진실, 정다빈 등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이 모두 네티즌 때문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논조는 지금 많은 언론들이 타블로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 방향이다. 일부 악플러와 이를 확산하는 익명의 네티즌 문화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필자는 이 시각은 잘못된 인터넷 문화 인식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타블로나 연예인 관련 비극이 인터넷의 부정적인 기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 인터넷 문화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사용자들의 문제인데 이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문화가 아닌 사회 불신구조가 더 문제

타블로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사건은 마치 신정아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유명대학 졸업장을 위조해 정관계와 예술계를 뒤흔든 과거 사건이 학습효과가 된 것이다. 때문에 트라우마는 반복적으로 강렬한 의심과 의혹을 낳게 되고, 이런 의심이 확산되어 마치 진실인양 확대재생산 되는 경향이 있다. 확산의 도구가 인터넷이었을 뿐이다. 또 인터넷 연예저널리즘의 문제도 지적되어야 한다. 연예저널리즘은 특파원이나 시민기자를 통해서 사실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단순한 의혹만을 전달하여 혼란을 가중했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사회의 불신의식도 큰 문제이다. 필자가 속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에서는 매 3년마다 ‘지구화시대의 시민의식’ 설문조사를 한다. 여기서 공적기관인 정부신뢰와 타인신뢰 조사를 하는데 둘 다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공적기관에 신뢰조사 결과는 3년 전보다는 개선되었지만 2010년에는 5점 만점에 2.64점에 불과할 정도다. 이런 불신문화는 인터넷에서도 당연히 투영되고 있으며 한국의 일반화된 인터넷 신뢰 수준을 알려준다.

또 인터넷 책임론인가?

▲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물론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정보사회 윤리교육이 강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타블로사건을 정리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또 인터넷 책임론을 들고 나온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행위가 나쁜 것이다.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인터넷이 모든 책임이 있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네티즌이 다 문제라는 식의 접근법은 잘못되었다. 오히려 사회현상에 관한 구조적이고 맥락적인 접근과 해석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 없이 인터넷에만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인터넷의 구조와 동학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다. 그리고 인터넷을 사상의 자유 시장으로 토론과 소통, 정보교류의 공간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선량한 네티즌을 모욕하는 일일 수도 있다.

요컨대, 타블로사건은 일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논란의 근저에 있는 한국사회의 트라우마, 불신주의, 연예저널리즘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성찰해보아야 한다. 섣부른 인터넷 책임론은 인터넷문화의 한 단면만을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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