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이’ 앞장선 공영방송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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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이’ 앞장선 공영방송 MBC
‘공영성’ 지워낸 개편…종편·상업방송과 경쟁하겠다?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0.0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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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MBC’에 빨간 불이 켜졌다. MBC를 ‘공영방송 MBC’이게 했던 공영성과 공공성의 가치가 후퇴하고, 그 자리를 ‘시청률=수익’이라는 상업방송의 최우선 가치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제 MBC는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한 축을 이루며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바람직한 공영방송 모델’이 아니라 상업방송, 나아가 종합편성채널과 무한 경쟁해야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하나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시청률부터 올리고 공영성 생각하자?

MBC의 11월 개편안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실제로 MBC 경영진은 이번 개편에 대해 “공영성보다 경쟁력을 따르는 개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라는 이번 개편의 모토는 실상 ‘경쟁력=시청률=수익’의 관점을 드러낸다. 비용 대비 수익이 낮은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상업적 가치가 높은 오락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유일의 국제시사프로그램 〈김혜수의 W〉와 탐사보도프로 〈후 플러스〉도 “적자가 상당하다”, “광고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 11월 개편에서 폐지될 '김혜수의 W'(왼쪽)와 '후 플러스' ⓒMBC
이번 개편 논의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 등 MBC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에 대해 상당히 위험 수준의 인식을 나타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C노조는 “그동안 MBC 개편은 공영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양 축에 따라 이뤄졌는데, 이번 개편에서 공영성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20일과 27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협의회에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 돈으로 드라마 작가도 잡고, 특종상도 더 주고 그런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본부장은 “돈은 땅 파서 안 나온다”며 김 사장을 거들었다.

노조는 “언론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과연 돈을 벌려고 만드는 프로그램인가”라고 항변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의미만 갖고 살 순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위기의 MBC, ‘앞으로’가 더 문제다

▲ 11월 개편에서 신설되는 예능프로그램의 하나인 '여우의 집사'(가제) ⓒMBC
MBC 경영진은 이번 개편 과정에서 “종편 출범을 앞두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차원”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광한 편성본부장은 지난달 27일 공방협에서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는 MBC의 경쟁력을 올리지 않으면 종편 체제에서 꼴찌 채널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종편 체제’라는 미래의 상황은 MBC에게서 공영방송의 색채를 지워내는데 그럴듯한 명분이 되었다. 주목할 것은 향후 종편이 출범하고 ‘미디어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면 MBC의 공영성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란 점이다. 수익성이 낮은 시사프로그램의 입지는 좁아지고, 보도의 연성화와 비판 저널리즘의 후퇴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지난 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시청률을 위해 공영성을 저버리고 결국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길을 선택한 문화방송 경영진의 선택이 한심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혜수의 W〉와 〈후 플러스〉가 폐지 대상에 올랐을 때 MBC의 한 기자는 “시사프로그램을 간단히 없앨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폐지의 길은 피할 수 없었다. MBC 내부에선 “다음은 〈PD수첩〉 차례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비단 〈PD수첩〉뿐만 아니라 공영성을 대표하는 부서로서 생존의 갈림길에 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시사프로그램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제작비는 오히려 줄어들고 인력 확충도 되지 않는 마당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영진이 말하는 경쟁력이란 말이 좋아 경쟁력이지 사실 수익과 비용의 문제 아닌가”라며 “특정 프로그램이 얼마만큼 경쟁력을 가지느냐를 수익과 비용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정성에 관한 지표를 개발하는 등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평가 지표들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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