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 폐지하고 오락프로에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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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 폐지하고 오락프로에 ‘선택과 집중’
평일 오락 비율 SBS보다 높아…민영방송·케이블 따라하기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0.0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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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다음달 1일 〈김혜수의 W〉와 〈후 플러스〉 등 시사프로그램 2편을 포함 9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여우의 집사〉 등 6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개편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MBC 시사프로그램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단 두 편만이 남게 됐다. 김재철 사장 취임 7개월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MBC의 평일 프라임타임대(오후 7시~자정)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상승해 민영방송인 SBS의 56.3%보다 높아졌다.

▲ 11월 개편에서 신설되는 예능프로그램의 하나인 '여우의 집사'(가제) ⓒMBC
실제로 〈후 플러스〉가 사라진 자리에 〈여우의 집사〉(목요일 오후 11시 5분)가 들어섰고, 〈김혜수의 W〉가 폐지되면서 〈섹션TV 연예통신〉이 일요일 오후로 이동, 금요일 밤 9시 55분이라는 황금 시간대에 〈스타오디션-위대한 통신〉이 자리를 꿰찼다. 또 주말 〈뉴스데스크〉가 저녁 8시로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주말 저녁 8시 40분부터 밤 11시까지 두 편의 드라마가 연속으로 전파를 타게 됐다. MBC노조는 “공영방송 MBC가 오로지 돈 벌이를 위해 공영성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침내 현실화 됐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MBC측은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특정 형태 프로그램의 시간이 축소된 것을 가지고 공영성이 축소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량 분석의 전형적인 오류”라고 반박했다.

MBC는 특히 이번 개편안을 통해 케이블TV나 민영방송 SBS와 시청률 경쟁을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우리는 왜 〈슈퍼스타K〉 같은 프로를 못 만드냐”는 김재철 사장의 한 마디에 케이블 엠넷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본뜬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서둘러 신설하고,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앞당기고 SBS와 같이 드라마를 연속 편성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시청률 경쟁’을 위해 40여년 만에 메인뉴스의 시간대를 바꾸는 “위험한 도박”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 11월 개편에서 폐지될 '김혜수의 W'(왼쪽)와 '후 플러스' ⓒMBC
반면 〈김혜수의 W〉와 〈후 플러스〉 등 시사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를 강행했다. MBC는 “〈W〉는 5년간 누적 적자가 50억 원으로, 연간 평균 1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보다 국내 소외계층에 눈길을 돌려 해결책을 찾는 ‘저비용·고효율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태정 〈김혜수의 W〉 책임PD는 “누적적자 50억 원은 사실이지만, 최근 자구노력 등을 통해 형편이 좋아졌는데 과거부터 쭉 합산해서 적자라고 주장하니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개편이 해당 부서와 제작진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부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혜수의 W〉 한 제작진은 “이번 개편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데이터도 없이, 몇몇 임원들의 판단에 따라 끼워 맞추기 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W〉는 방송 3사 통틀어 국제시사를 다루는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최근 자구노력을 진행하며 나름의 성과도 있었는데, 제작진이나 프로그램을 아끼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폐지를 결정한 것은 대단히 문제 있는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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