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대변하는 방송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MBC스페셜〉 ‘타블로 학력의혹’편 성기연 PD

지난 6개월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타블로 학력의혹’ 사건이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 중간 수사발표를 통해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 사실을 확인하고,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운영자 ‘왓비컴즈’에게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타진요’를 중심으로 한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진실게임’에 뛰어든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기이한 현상. 타블로와 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 또한 그대로 남았다.

▲ 지난 1일과 8일 방송된 'MBC스페셜-타블로 학력의혹'편의 한 장면. ⓒMBC
경찰의 수사 발표가 있기 1주일 전, 〈MBC스페셜〉은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사실을 먼저 ‘인증’했다. 타블로와 함께 스탠퍼드대를 직접 찾아가 졸업증명서를 떼고 동문들의 인터뷰를 통해 타블로의 학창생활을 증언했다. 그러나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방송의 편집 기술과 사진 왜곡을 주장하며 의혹을 키워갔다. 성기연 PD의 개인 신상정보가 털렸고, ‘타진요’ 회원 수는 불어났다.

일각에선 “PD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기연 PD는 “가치에선 중립이 있을 수 있지만, 팩트(fact)에선 중립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물론 그 전까지는 중립적으로 취재했지요. 하지만 미국에 가서 확인해보니 스탠퍼드대를 다닌 게 맞았어요. 그렇다면 50대50으로 갈 수 없는 겁니다.”

학력 검증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성 PD는 “학력을 확인해서 끝날 일이라면 뭐 하러 〈MBC스페셜〉이 2주에 걸쳐서 했겠나”라며 “우리 프로그램은 ‘타진요’를 설득하기 위한 것도, 타블로를 대변하는 방송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1편에서 학력 의혹을 검증하며 폐쇄된 정보의 흐름을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정의가 잘못 구현되는 현상을 짚어보고 싶었어요. 또 인터넷 상의 정보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나,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을 묻고 싶었습니다.”

▲ 성기연 'MBC스페셜' PD ⓒPD저널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일부 언론들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부각시켰다’거나 ‘네티즌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타블로 논란을 광우병, 천안함 사건과 연결시켜 ‘인터넷 광기’로 몰아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성 PD는 “조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의 순기능을 부정하려 한 건 아니에요. 그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있다는 겁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못 믿겠다는 정의감이 잘못 발현되면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인터넷은 양날의 검입니다.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고 비대면성은 자칫 위험해질 수 있죠. 이런 인터넷 공간의 성격에 언론에 대한 불신과 병역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이 합쳐지면서 문제가 커진 겁니다.”

‘루저녀’ ‘개똥녀’ ‘패륜녀’ 등. 최근 인터넷의 힘을 확인케 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여길 수만도 없는 현상이다.

“법과 언론이 건드리지 않는 영역에서 네티즌들이 잘못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어느 정도까지가 옳은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개인의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죠. 타블로의 경우도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학력 위조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까진 좋지만, 어느 정도 증거가 나오고 밝혀졌으면 끝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를 넘어가지 않았나 합니다.”

성 PD는 “믿을 수 없는 권력, 지도층에 대한 반발로 나온 네티즌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필요한데 쓰면 얼마나 좋겠냐”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타블로 사건을 상기하며 최소한 ‘이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