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바퀴벌레는 상영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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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바퀴벌레는 상영불가?
한중일PD포럼 출품작 ‘바퀴’ 축소 상영 논란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10.18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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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한중일PD포럼 한국 측 경쟁작인 EBS <다큐프라임-바퀴>(이하 바퀴)가 일부 축소 상영돼 논란이다.

▲ EBS <다큐프라임-바퀴> ⓒEBS
<바퀴>(2009)는 1부 ‘인간의 동굴, 바퀴의 도시’와 2부 ‘바퀴 소나타’로 구성된 약 10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고난이도 자연다큐와 드라마를 결합해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바퀴>는 출품 당시부터 중국 당국의 ‘상영불가’ 판정을 받을 만큼 논란의 대상이었다. ‘중국요리점’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1부의 장면 때문이었다.

<바퀴>를 만든 문동현 EBS PD는 ‘바퀴벌레가 가장 많은 음식점이 중국요리점’이라는 연구논문에 기초해 영상을 구성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바퀴벌레 출몰 지역으로 중국요리점이 나오는 장면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한다며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 이에 한중일PD포럼 한국조직위원회(위원장 이창섭)는 논의 끝에 ‘문제’ 장면이 담긴 1부를 빼고 50분 분량의 2부만 포럼에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측도 이 결정에 합의했다.

문제는 대회당일(17일) 중국 측이 아무런 상의 없이 합의와 다르게 20여분 가량의 <바퀴> 하이라이트 장면만 상영하면서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한국 조직위원회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중국 측은 2부 CD를 받지 못해 일어난 ‘단순 실수’였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 때 문동현 PD가 1부 영문판을 갖고 있어 모자란 분량만큼 1부의 일부 상영을 제안했으나 중국 측이 이를 거절했다. 중국 측은 줄어든 상영시간만큼 <바퀴>에 대한 작품토론을 하자는 제안도 거절했다.

▲ 제10회 한중일 PD포럼에 참가한 문동현 EBS PD ⓒPD저널

한국 측 PD들은 중국의 미숙한 진행과 대응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 토론을 진행했다. 결국 한국조직위원회는 문동현 PD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고, 문 PD는 “수상 심사에서 빠지겠다”며 작품을 보이콧 했다. 그 결과 <바퀴>는 그랑프리(대상) 투표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중국 측 대표인 리밍 중국TV예술가협회부주석은 “보내온 (바퀴) 영상을 잘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수웅 한중일PD포럼 상임위원장은 “바퀴는 아주 우수한 작품이었다”며 이번 일이 “커뮤니케이션의 미스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검열’이 존재하는 중국의 특수성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창섭 한국PD연합회장은 “이번 일에 대해 앞으로 조직위원회 차원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측은 <바퀴>와 함께 출품된 드라마 <추노>(곽정환 연출)에 대해서도 정묘호란 당시 청나라 군과의 전투 장면을 두고 “(우리는) 침략한 적이 없으니 상영불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중국의 역사인식을 감안해 이번 포럼에서 전투장면이 없는 부분을 택해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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