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KBS <환경스페셜-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사계> ─ (방송 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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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그 리얼리티의 세계

|contsmark0|나레이션도 없다. 음악마저 최소화한 소리와 영상만의 다큐멘터리는 과연 가능한가?지난 1년간 카메라, 서라운드음향팀을 비롯한 제작진은 불가능해 보이는 그 작업을 위해 애를 썼다.
|contsmark1|프로그램의 기본 컨셉트는 ‘영상과 소리의 화학적 결합’이었다. 소리에 중심을 두고 10개 주제를 선정, 영상과 소리의 콘티를 짜고촬영과 모니터링, 콘티 수정작업을 계속했다.
|contsmark2|목표는 영상에 소리를 돌려주는 일이었다. 소리가 공간적으로 감성적으로 살아있는 영상, 소리와 일치하는 영상을 만들자.tv(특히 다큐나 교양프로그램)에서 소리는 10여 년전 어느날 구박받고 집나간 자식이었다.
|contsmark3|그 놈이 왜 가출했고, 그 놈의 성격이 어떠했는지, 그 놈의 체격도, 식성도 우리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이미 남이 돼버려 버린 자식을 다시 가족으로 받아 ‘길들이기’는 어려웠다.
|contsmark4|아주 오래 전에 다큐멘터리가 가진 목적성과 인위적 작위성이 싫어, 나레이션과 음악이 배제된 프로그램을 꿈꾼 적이 있다.코앞에 닥친 digital tv가 그 계기를 제공했다.
|contsmark5|digital tv는 고화질의 영상과 6개의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서라운드 음향이 어우러진 안방극장(홈 씨어터)시대를 예고한다.그 준비를 하자. 그 실험을 하자. 그렇게 소리를 만났고, 지난 1년은 소리에 눈뜬 귀한 체험의 시간이었다.
|contsmark6|소리는 때로는 거대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contsmark7|해남에서 만난 5천 가창오리떼의 날개짓은 폭풍이었다.구례 오지마을에서 만난 천둥, 우박, 폭우는 화면속에 리얼리티로 가득 되살아났다.소리는 때로는 미세한 떨림으로 울려왔다.풀벌레의 날개짓소리, 배를 수축해 몸속 공명관을 울려 내는 온갖 매미의 울음소리,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소리, 참숯익는 소리들은 섬세하고 타이트한 영상을 요구했다.
|contsmark8|그리고 또 소리는 고향의 푸근함으로, 잠시 잊었던 동심으로, 삶의 현장의 치열함으로 나타났다.삼척 신기리의 너와집에 사시는 이종옥 할아버지의 잔기침소리, 산촌의 통방아와 콩도리깨질, 콩깍지타는 소리, 시골분교 학교종, 풍금, 아이들 마루 복도 뛰는 소리,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새벽 어시장, 갯벌, 명태덕장 등 하얀 입김과 함께 했던 이 소리들은 소리가 주는 또 따른 리얼리티의 세계였다.
|contsmark9|촬영테잎은 30분짜리로 250개가 넘었다.
|contsmark10|120분짜리 디지털 오디오 테잎도 190개나 되었다.1차 편집이 끝나니 130분이었다. 작가 문예원이 욕심을 부렸다. 2부작은 안될까?동료들에게 보여주었다. 나레이션을 넣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되돌아왔다.10개 컨셉트를 버렸다. 누구나 이해되게 아주 단순한 사계로 재구성해 편집을 다시 하고 설명이 필요한 자리는 화면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막처리했다.
|contsmark11|우리 손으로 처음 만들어 보는 화면 16:9, 5.1채널 서라운드 음향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너무 많다.촬영단계부터 소리를 고려한 영상감각이 부족했다.
|contsmark12|소리는 영상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그러자면 영상속에 소리가 배치될 공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전후좌우로의 소리의 움직임도 고려되어야 한다. 촬영때부터 소리의 개념이 도입돼야 하는 것이다.편집도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다.
|contsmark13|버려지는 소리들이 아까워 가능하면 소리를 많이 담으려다 트의 호흡이 짧아졌다. 당연히 소리의 느낌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contsmark14|5.1채널 서라운드 음향 제작은 외부 스튜디오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소리의 맛도 살려내고 엔지니어링도 능숙한 전문가는 언제 키워질까.소리를 실험할 최소한의 시설조차 없이 꿈의 디지털시대는 과연 가능할까.
|contsmark15|아직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16:9, 5.1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에 digital tv의 또다른 특성인 쌍방향성을 가미하는 일이다.
|contsmark16|프로그램에 등장한 장소, 소리 하나하나에 정보를 입력해 시청자가 방송되는 실시간에 바로 그 정보를 가지게 하기.나는 오늘 또 다른 꿈을 꾼다.
|contsmark17|장해랑 kbs 교양국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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