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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들의 여름휴가 문화
  • 승인 2001.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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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태양이 점점 뜨거워지는 7월을 앞두고 벌써 사무실 동료들은 모두들 발리로, 몰디브로 마음을 띄워 보낸 지 오래다. 한 달 여의 휴가를 위해 지난 1년을 그렇게 정신없이 뛰어왔는지도 모르겠다.
|contsmark1|지난 봄 노동장관의 비리를 끝까지 캐내기 위해 며칠 동안 밤낮 없이 뛰었던 긴장됐던 시간도 이젠 여름휴가를 앞두고 달콤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올 휴가 동안의 특집프로그램은 그때의 노동장관 비리와 노동문제를 재편집해서 방송하면 될 것이다. 아, 그리고 작년 말에 있었던 대중음악 특집도 이번 여름에 다시 방송해도 괜찮을 듯 싶은데….
|contsmark2|내가 몸담고 있는 sbs 제작본부 사무실의 이즈음 풍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휴가의 천국이라는 프랑스 어느 방송사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여름휴가 한 달을 즐기기 위해 일 년을 일하는 그들이기에 우리 같은 일벌레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따라할 수도 없다.
|contsmark3|일 년에 한 번 가는 여름휴가가 고작 4, 5일. 그렇다면 우리는 휴가일수가 그들만큼 되지 않기에 ‘환상의 여름휴가’를 꿈꿀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contsmark4|우리도 실제, 노동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연월차휴가를 모두 합친 휴가기간은 평균 한 달 가량, sbs의 경우 심지어 지난해 移越된 휴가일수까지 합하면 두 달 가까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까 휴가일수가 부족해서 ‘환상의 휴가’를 꿈꾸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휴가를 갈래야 갈 수 없는 방송현장의 분위기, 관행이 재생산을 위한 달콤한 휴식과 충전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contsmark5|sbs는 작년부터 勞使가 함께 건전 휴가문화 정착을 위해 법정휴가 모두 사용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노동법에 보장돼 있는 미사용 휴가일수에 대한 보전 차원으로 지급되는 연월차수당까지 보류시키고 적극적으로 휴가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contsmark6|그래서, 일 년이 지난 지금 sbs의 휴가문화는 바뀌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공염불이다. 그러면 그토록 가라고 성화에 받치는 휴가를 왜 가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편성표 상에서 함께 휴가를 얻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담당pd가 휴가를 갈 수 있단 말인가. ‘방송의 날’이 되면 더 바빠지고, 휴가철·명절 때가 되어서 쉰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방송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휴가를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꿈일 뿐이다.
|contsmark7|그러면 우리는 방송이 중단되기 전엔 영영 휴가를 즐길 수 없을까? 아니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있다. 그 첫째가 재방송과 하이라이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프랑스 방송이 가장 보편적으로 휴가기간을 버는 방법이다.
|contsmark8|일 년 동안의 성과를 모아 특집성으로 하이라이트를 제작하거나 재방송을 유효, 적절하게 편성하여,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을 다시 제공하는 한편 제작진에게도 충분히 휴가기간을 확보해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모적으로 편성되는 시간때우기식 재방송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contsmark9|한편 새로운 프로그램과 신인 스탭에게 기회를 주면서 얻어지는 기간 동안 기존의 제작진이 휴가를 누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즉, 여름 휴가철 동안 파일럿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여 그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기간을 이용해 기존프로의 제작진은 휴가를 통한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황당한 얘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하나를 덜 취하고 다음에 셋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매번 하나씩만을 취할 것인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contsmark10|그런데 이것은 현장의 pd들이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d들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에 계신 분들이 방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린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휴가문화, 바야흐로 우리 방송인들이 바꿔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contsmark11|송영재 sbs 교양국 pd
|contsmark12||contsmar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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