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눈물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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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만 관객 동원한 ‘울지마 톤즈’ 구수환 KBS PD

▲ 구수환 KBS PD ⓒPD저널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의 극장판 제작배경은 다른 TV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르다. 보통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그 후광으로 극장 개봉을 하지만, 이 작품은 지난 4월 <KBS 스페셜> 방송 당시 천안함 사건에 묻혀 시청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구수환 PD는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극장판을 만들기로 했고, <울지마 톤즈>는 90분짜리 다큐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달 9일 13개 상영관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관객들을 끌어 모았고, 개봉 한 달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올 초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다. 톤즈는 이 신부가 머물렀던 수단의 지명이다. 헌신적인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신부의 이야기에 수많은 관객은 눈시울을 적셨다.

그렇다고 <울지마 톤즈>가 신부의 생전 모습을 ‘감동적으로’ 연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투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구수환 PD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포장하지 않았다. 그는 “시사 다큐이기 때문에 신부님을 과대 포장하거나 추켜세우는 장면은 전부 잘라냈고, 종교적인 색채도 뺐다”고 말했다.

구 PD는 관객들이 우는 이유에 대해 “이태석 신부를 통해 스스로 반성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선(善)함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은 이 신부의 삶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의도했던 부분이 정확히 맞아들어 간 거죠.”

사회 지도층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이태석 신부는 의사로서, 선생님으로서 톤즈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보여줘 존경의 대상이 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도 말로만 공정사회를 외칠 게 아니라, 진심어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 <울지마 톤즈> ⓒKBS
<울지마 톤즈>는 주인공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작됐다. 구수환 PD는 이 신부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작품 속 사진과 영상은 모두 생전 그의 지인들이 촬영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큐를 제작할 수 있었지만 구 PD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톤즈 사람들을 통해 이태석 신부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고, 직접 수단으로 떠났다.

좀처럼 울지 않는다는 톤즈 아이들은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검은 눈물’을 흘렸다. 그들에게 이 신부는 선생님, 의사 그 이상의 존재였다. “마치 아버지를 잃고 우는 아이들 같았어요. 톤즈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니 이 신부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죠. 수단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울지마 톤즈>는 관객뿐 아니라 분쟁지역 취재와 고발 프로그램에 잔뼈가 굵은 25년차 PD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늘 ‘사람사는 얘기’에 천착해 온 구수환 PD는 “<울지마 톤즈>가 그동안 해 온 프로그램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그는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세상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PD로 일한 것 같다”며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이태석 신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구 PD는 개인적으로 <울지마 톤즈>의 후속작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록 자리를 뜨지 않더라”며 “왜 사람들이 이토록 이태석 신부에게 열광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남긴 것을 정리하는 다큐를 찍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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