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7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미화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달 KBS 국정감사에서 김인규 사장은 유·무형의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KBS는 또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제동, 윤도현 씨의 자사 방송 출연을 적극 홍보하며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재정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 EP는 이를 ‘친북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담당 PD를 질타했다. 김강훈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라디오)은 “(인터뷰 섭외) 결재권자인 부장이 특정인사에 대해 예단하게 되면, 방송 출연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김 중앙위원은 “간부들의 정치적 성향도 있겠지만 정치권, 윗선 등 눈치 볼 곳이 많다보니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같다”며 “저널리스트의 양심을 갖고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겠다고 하면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과도하게 몸을 사리다 보니 블랙리스트가 아닌 사람까지 과도하게 낙인찍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KBS 구성원들은 이번 사건이 몇 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이모 EP 개인의 특성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한 라디오 PD는 “간부들은 첨예한 사실을 다루지 않고 기계적 중립성만 강조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일선 PD, 특히 시사프로 제작진과 이 부분에서 많이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편, 김미화씨는 26일 오전 영등포경찰서 4차 조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을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한 KBS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사실상 김미화에 대한 출연금지 문건(블랙리스트)으로 볼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씨는 “28년간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KBS 심의평을 봤지만 당시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평상적인 것과 분명히 달랐다”며 “제작본부 지침으로 하달 된 문건에 누가 논란의 대상으로 저를 낙인찍었는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중견PD는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일선PD들까지 열람하지 않지만, 본부장이 국장에게 얘기하면 제작진까지 전달된다”며 “KBS 간부조직의 성격으로 볼 때 사장이 (김미화씨 출연이) 문제 있다고 하면 (섭외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미화 씨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예가중계> 작가로부터 블랙리스트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친구인 작가에게 남편의 음반발매 쇼케이스에 대한 취재 의사를 묻자 ‘PD와 회의를 해보니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겠더라, 윗사람들과 오해를 풀어야겠더라’고 했다“며 ”지금 작가는 이 발언을 부인하고 있어, 대질심문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KBS는 경찰조사 내내 블랙리스트 존재 유무를 떠나 ‘누가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전달했는지’ 진실게임을 벌이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저는 끊임없이 말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 결국 경찰은 제 통화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작가, PD와 대질심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미화 씨는 KBS 김인규 사장과 임원진을 향해 “암묵적인 KBS 내부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한 작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놓고 구경만 하니 편안하시냐”며 “KBS는 더 이상 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말고 고소를 취하하라.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KBS 조직이 아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임원, 그 분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김씨의 트위터 발언으로 블랙리스트 논란이 촉발됐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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