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가 만든 기적
상태바
‘슈퍼스타K 2’가 만든 기적
[방송따져보기] 위근우〈10아시아〉기자
  • 위근우〈10아시아〉기자
  • 승인 2010.10.27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Mnet〈슈퍼스타K 2〉

Mnet 〈슈퍼스타K 2〉가 드디어 끝났다. 결과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다. 허각은 우승과 함께 상금 2억 원과 QM5, 그리고 굴지 기획사로의 영입을 보장 받았고, 존 박은 벌써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뽑혔다. 아마 강승윤과 장재인 등 몇몇 출연자는 기획사의 콜을 받을 것이고, 또 몇몇은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음악을 계속하며 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어쨌든, 시작했던 그때와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아마도 〈슈퍼스타K 2〉 이후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태도 역시 예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 회 시청률 18퍼센트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 케이블 채널에 대한 재평가나, 컴피티션 리얼리티쇼에 대한 눈높이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슈퍼스타K 2〉는 시청자를 소비자 혹은 관찰자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 만들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시청자들은 서사의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 실시간으로 불을 뿜는 트위터 타임라인 생중계와 나름 정제된 블로그의 리뷰,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자에 대한 옹호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 2〉에 대해 이야기했다. 30퍼센트에 육박하는 시청률의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도, 이제는 좀 더 마니악해진 MBC 〈무한도전〉도 이토록 수많은 말들을 양산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수많은 해석과 응원, 비방, 심지어 ‘찌질한’ 신상털이까지 포함된 여론이라는 것이 수많은 프레임을 만들었고,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던 서사는 바로 그 프레임들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바깥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당장 우승자인 허각을 보라. 그의 우승과 함께 어떤 정치인은 당이 가야할 길을 발견하고, 어떤 매체는 그를 88만 원 세대의 대변인이라 평했다. 일견 옳은 말일 수도 있고 설레발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건, 그런 식의 규정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은 결승전을 인간 승리 허각 대 ‘엄친아’ 존 박의 대결로서 즐길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또 어떤 이들은 가창력의 허각 대 자기화의 존 박이라는 프레임으로 결승을 즐겼다. 물론〈슈퍼스타K2〉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외부의 논란을 어느 정도 프로그램 내부로 끌어 들이기도 했지만, 본선 이후 제작진은 존 박과 강승윤, 김은비, 김지수 정도에게나 캐릭터라이징을 시도했고, 그나마도 크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존 박을 ‘불멸의 존 박’으로 만들어준 것은 프로그램 외부의 팬덤이었고, 그것은 실질적인 문자 투표와 함께 존 박을 완벽한 우승 후보 혹은 허각의 드라마를 위한 절대 강적으로 만들어냈다. 곱등이 취급을 받았던 강승윤이 겁 없는 십대의 한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부른 ‘본능적으로’ 덕이지만, 그가 그 노래를 부를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의 타고난 목소리가 만들 성장의 서사를 기대한 이들의 투표 덕분이다.

▲ 위근우〈10아시아〉기자

<슈퍼스타K2〉의 종영과 함께 다가온 허탈함은 그래서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그려낸 서사를 방송 안에서 찾아내려 하거나 실제로 보았다. 그리고 종종 100원짜리 문자 투표를 통해 그 서사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그것은 〈무한도전〉 팬들이 멤버들을 보며 느끼는 동일시와는 다른, 좀 더 시청자 중심적인 감정이었다. 과연 이런 경험을 했던 시청자들은, 그리고 그런 시청자를 상대해야 할 TV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어쨌든, 시작했던 그때와 같을 수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