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와 ‘음악여행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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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듣는 재미의 발견과 상실

<슈퍼스타K> 덕에 오랜만에 ‘듣는’ 재미를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을 보고 즐기는 시대에 ‘노래’에만 집중한 경험이 신선하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이 프로그램이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닐 즈음, 진작부터 ‘듣는 재미’를 선사하던 한 음악 프로그램은 폐지가 결정됐다. <슈퍼스타K>의 성공에 자극받아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설한 MBC 가을개편을 통해서다.

▲ <슈퍼스타K2> 라이벌미션에서 장재인과 김지수는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기타 편곡으로 재해석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Mnet화면 캡처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지난 2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주목받으며 첫 발을 내디딘 지 2년여 만이다. 영국의 <라이브 프롬 애비로드>를 모델로 한 <라라라>는 공개녹화를 하는 다른 음악방송과 차별성을 뒀다.

덕분에 듣는 재미는 쏠쏠했다. 녹음실에서 부르듯 노래에만 집중하는 가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악기 하나하나의 매력도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무대가 아닌 음악이 주인공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방송된 그간의 “주옥같은 무대들”만 봐도 그렇다. 신대철과 그의 두 동생이 속한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이 아버지(신중현)의 ‘커피 한 잔’을 함께 연주하거나, 이소라와 조규찬이 진지하게 듀엣곡을 부르는 모습들 말이다.

▲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한 '장기하와 얼굴들'. ⓒMBC
<라라라>의 또 다른 미덕은 인디씬과 주류음악의 ‘소통’을 시도한 것이었다. 1회에 출연한 이승열이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록으로 편곡해 부른 것은 큰 화제가 됐고, 이후에도 걸그룹 f(x)와 인디밴드 국카스텐의 합동공연 등 이러한 시도는 꾸준했다.

순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아이돌로 대표되는 주류 음악도 끌어들였다. 덕분에 어쿠스틱하게 편곡된 소녀시대 <Gee>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던 음악 프로그램 <라라라>의 폐지가 못내 아쉽다. 음악적 다양성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가끔 그 연주가 떠올라 홈페이지 다시보기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니 허전함이 느껴진다. 최고 상금을 내건 신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라라라> 이흥우 PD가 지난해 방송 1주년을 맞아 <PD저널>과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덧붙인다.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 생산자, 소비자, 제작진 모두가 노래다운 노래를 만들고 키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든, 3%든 소중한 시청률이다. 색을 잃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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