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MC몽과 안상수의 도덕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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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SBS ‘그것이 알고 싶다-MC몽 편’ 아쉬운 이유

우리는 ‘아무도’ 강제적인 군복무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병역의 의무에서 이탈한 자에 대한 평가는 힘들었던 군 복무생활만큼 엄격하다. 군복무가 즐거웠던 사람은 거의 없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군복무 생활을 누군가 고의로 기피한다? 나만 당하고는 억울해서 못 산다. 그래 이 사회는 징병제로 인한 ‘피해자’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병역기피’는 사회적 문제다. 아마 열에 아홉은 피할 수 있다면 병역을 기피할 것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병역의 의무를 사문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군대는 안 가는 게 좋지’라고 말할 시민들 대부분이 ‘비도덕적’인 것일까. 만약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비도덕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구조의 문제라 볼 수 있다.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와 연예인 MC몽(오른쪽).
이는 병역기피문제를 단순히 MC몽과 안상수 대표의 도덕문제로만 규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병역기피문제가 수 십 년간 이어지는 이유는 ‘징병제’라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분단’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인권에 역행하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징병제의 문제점은 계속 지적돼왔다.

모병제 전환이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남성중심 위계질서로 상징되는 군대문화의 병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논의 또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병역기피’를 이야기할 때는 징병제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어야 생산적이다. 모병제 전환이야말로 ‘병역기피’처럼 징병제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3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MC몽 사건의 이면’ 편>은 ‘징병제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이…> 제작진은 ‘병역기피’와 관련한 여론의 비난이 연예인과 운동선수에만 집중되고 정작 사회기득권층의 ‘병역기피’는 잘 다뤄지지 않아 병역의 양극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병역의무는 공정한 의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은 의미가 있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김관용 경북도지사, 강봉균 민주당 의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병역기피 의혹 속에서도 공직자로 생활하며 ‘공정사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충분히 비판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비판은 동시에 힘이 빠지는 주장이다. 소위 ‘인텔리’의 도덕성과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MC몽 편>의 한 장면. 홍준표 의원이 당대표 선거 토론회에서 안상수 의원의 병역기피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SBS
사회 기득권층은 언제나 병역의 의무에서 빠져나간 역사를 갖고 있다. 예컨대 조선시대 기득권이었던 양반도 관직을 하는 것만으로 군역을 면제받았다. 양반 중 관직후보인 성균관 유생은 군역이 유보되었고 과거에 떨어져 관직이 없는 경우엔 양반 자제나 공신 자제들이 들어가는 특수부대에 편성됐지만 실제 근무는 없었다. 사실상 양반은 모두 면제였다.

사회문제의 심층을 파고드는 시사교양프로라면 시대마다 반복되어온 기득권층의 병역기피를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병역의 의무-징병제-가 과연 정당한가를 되물을 필요도 있었다. 모든 남성이 군대에서 2년간 있다 오면 이 사회가 행복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평등한 군복무를 주장하는 것보다 징병제 폐지를 논의하는 게 더 정의로운 답일 수도 있다.

최근 여론은 MC몽의 자원입대를 종용하고 있다. MC몽이 설령 군대를 자원입대해도, 우리는 앞으로 또 다른 MC몽과 유승준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들의 면제사실에 반복해서 혀를 찰 것이다. ‘MC몽 사건’의 이면을 통해 기득권층의 부패를 통렬히 다뤄준 <그것이…>제작진에 박수를 보내지만 본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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