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로비 의혹’ MBC뉴스엔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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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로비 의혹’ MBC뉴스엔 왜 없나
MBC 민실위 “의혹 보도엔 신중, 정권 입장은 여과 없이 전달”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1.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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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에서 주요 뉴스가 실종됐다. 김윤옥 여사의 인사 로비 개입 의혹 보도는 누락되거나 본질이 사라졌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 2명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MBC 뉴스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 과정에서 김윤옥 여사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과 인터넷 등 언론들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고, KBS와 SBS도 주요 뉴스를 통해 이를 알렸다. 그러나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김윤옥 여사의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응만이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됐을 뿐이다.

이에 대해 MBC 보도국 정치부장은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에 나돌던 이야기였고,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근거 없이 제기된 주장으로, 리포트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사안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것이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사를 놓친 셈이 됐지만 당시 판단엔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1보 스트레이트 기사가 없는 건 명백한 실수로 책임을 느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김윤옥 여사 로비 의혹'은 사라지고, '파문'만 남았다. ⓒMBC
그러나 민실위는 “야당이 정권의 핵심인 청와대 영부인을 공격했고, 청와대와 여당은 의혹 제기 1시간 30여분 만에 전례 없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상황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닌가”라며 “단순히 여야 간의 공방으로만 치부하기엔 차원이 다르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소설’이라면 야당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도 사안의 중대성이나 파급력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과연 정치부, 나아가 편집회의 차원에서 그만큼의 종합적인 논의와 판단이 있었던 것인가. 외압이나 정치적 고려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면 진정 판단 능력의 부재란 말인가”라며 “분명한 건 그 어느 쪽이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뉴스데스크〉는 다음날인 2일 관련 사안을 톱뉴스로 두 꼭지 내보냈으나, 여당이 강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내용과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민실위는 “의혹을 보도하는 데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운운하는 정권의 목소리는 여과 없이 전달하는 MBC 뉴스, 중립성을 지켰다고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사태’ 기사 실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MBC는 지난 1일 인권위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동반 사퇴한 사건을 이날 오전부터 저녁 뉴스까지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나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선 관련 보도가 누락됐다. 사회부장은 “(상임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가 내부 운영 방식이었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란 측면이 더 강해 보였다”며 판단 배경을 밝혔지만, 사태의 본질 파악과 문제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민실위는 “지난 7월 현병철 위원장 부임 이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가가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를 모두 부결시키면서 일부 상임위원들과의 갈등이 누적됐고, 최근 인권위 운영 규칙마저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될 수 있도록 개정하려 하면서 갈등이 폭발된 것”이라며 “단순히 조직 운영에 대한 반발로 치부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권력이 이를 침해하려 할 때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이와 관련된 사안들만큼은 현재 우리 사회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정치적 이념과 성향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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