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간의 오디션 지원자 모집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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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간의 오디션 지원자 모집 방송
[김고은의 예능의 정석]MBC ‘위대한 탄생’의 위태로운 출발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1.0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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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연출 서창만, 금요일 밤 9시 55분, 이하 〈위대한 탄생〉)이 지난 5일 첫 모습을 드러냈다. 70분간의 생방송 내내 “〈위대한 탄생〉의 위대한 시작”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지만,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시작이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 듯 하다.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매체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지난 5일 〈위대한 탄생〉의 첫 방송은 ‘70분짜리 예고편’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예고편으로서의 임무조차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청률도 8.3%(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부진했다.

▲ MBC 새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MBC
이날 방송은 다음달 3일 본격적인 첫 무대를 앞두고 런칭쇼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렇다면 응당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향후 오디션 및 방송 진행 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을 본 뒤 기억에 남은 것은 단독 MC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의 ‘파격적인’ 무대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5인의 멘토,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지원하라”는 MC의 반복된 호소뿐이었다.

‘오디션 명가’ 정통성 강조했지만…

〈위대한 탄생〉은 70년대 오디션의 시초였던 ‘신인가수 선발대회’부터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그리고 ‘별밤 뽐내기 대회’와 〈악동클럽〉, 〈쇼바이벌〉까지 ‘MBC 오디션의 역사’를 한 눈에 훑는 것으로 시작했다. 〈위대한 탄생〉이 케이블TV 엠넷(Mnet)의 〈슈퍼스타 K〉를 따라했다는 세간의 지적을 반박이라도 하듯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는 MBC’라는 정통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 K〉의 대단한 성공을 의식한 결과라는 것을 제작진도 쉽게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대한 탄생〉이 “왜 우리는 〈슈퍼스나 K〉 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냐”는 김재철 사장의 한 마디에서 탄생된 프로그램이어서만이 아니다. 제작진은 우승 상금으로 “방송 사상 최고”에 해당하는 3억원과 중대형 럭셔리 세단 ‘K7’ 등의 부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상금 2억원과 ‘QM5’를 내걸었던 〈슈퍼스타 K〉와 경쟁이라도 하듯,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혜택이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의 상금 3억원에는 우승 상금 1억원과 앨범 제작 지원금 2억원이 포함돼 있다. 실질적으로 최종 우승자가 수령하는 상금 규모로만 본다면 오히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 K〉에 못 미치는 셈이다. 〈슈퍼스타 K〉는 최후의 1인에게 상금 2억원과 별도로 음반 및 뮤직비디오 제작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위대한 탄생〉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멘토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하는 등 〈슈퍼스타 K〉와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5인의 뮤지션이 심사는 물론 지원자들의 트레이닝까지 담당하는 멘토 시스템. 이를 위해 가수 이은미, 신승훈, 자우림,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 등으로 멘토단을 꾸렸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멘토단은 향후 진행될 오디션에 대한 기대를 높일 만하다. 그러나 오디션에서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 또는 멘토가 아니라 그들 앞에서 무대를 선보일 도전자들이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이 ‘꿈의 무대’에 오를 도전자들과 그들이 보여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지난 10월에 진행된 1차 예선에는 유명 작곡가와 프로듀서, 보컬 트레이너 등이 심사위원으로 투입됐지만, 정작 이날 공개된 예선 장면은 ‘지원자의 다양함’만을 보여줬을 뿐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더욱이 지원자 규모는 한 눈에 봐도〈슈퍼스타 K〉에 비해 초라했지만, 제작진은 슈퍼주니어를 MC로 내세우고 화려한 축포를 터뜨리거나 진행자 멘트를 통해 “엄청나다”는 말만 반복하며 아쉬움을 메우려는 모습이었다.

준비 부족, 콘텐츠 부실…기대감 못 줘

그러고도 콘텐츠가 부족했는지 가수 100명을 상대로 멘토 5인에 대한 선호도 투표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방송시간의 상당 분량을 때웠다. 왜 앞으로 오디션 심사를 맡을 멘토들의 인기 순위와 카리스마 순위를 알아야 하는가. 결국 콘텐츠 부족 탓임이 여실히 드러난, 이해할 수 없는 연출이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진행될 오디션에서 각자가 주안점을 둘 심사 기준과 음악에 대한 견해, 도전자들에게 바라는 점 등에 대해 멘토들과 진지한 토크를 나눴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멘토 5인을 그대로 앉혀놓고 VCR을 통해 다른 ‘전문가’들에게 오디션 성공 노하우 등을 들었다. 그러다보니 박혜진 아나운서는 김윤아에게 “멘토단에서 미모를 담당하시죠?”라거나 멘토들을 향해 “화면 보시니 어떠세요?”라는 등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70분간의 생방송 동안 이은미 등 일부 멘토들은 몇 마디 하지도 못한 채 자리를 지키기만 해야 했다.

▲ '위대한 탄생'의 멘토단. 왼쪽부터 이은미, 방시혁, 김태원, 김윤아, 신승훈, 그리고 박혜진 아나운서. ⓒMBC
〈위대한 탄생〉은 대신 2PM과 2AM 등 인기 가수들의 축하 무대를 꾸미고 보아와 ‘오디션 스타’ 폴포츠를 인터뷰하거나 유명 작곡가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등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파워’를 거침없이 자랑했다. 비록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예선 진행과 무대 연출 등 ‘때깔’이나 스케일 면에서 차원이 다름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때깔로도 커버하기 역부족이었던 콘텐츠의 부실함. 과연 이 같은 방송을 위해 굳이 70분간 생방송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또한 ‘MBC는 첫 방송부터 생방송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또 다른 과욕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5일 첫 방송을 한 〈위대한 탄생〉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으로 휴지기를 가진 뒤 다음달 3일부터 본격적인 방송 일정을 시작한다. 제작 준비 기간이 2개월 남짓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안게임으로 벌어둔 시간이 제작진으로선 천만다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지원자 모집이다. MBC측은 현재까지의 지원자 규모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1차 예선 지원자가 1만명 남짓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위대한 탄생〉으로선 상당히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퍼스타 K 2〉의 지원자 규모가 100만명이었고, 이 중 상당수가 허수라고 하더라도 〈위대한 탄생〉의 지원자가 10만명 남짓 선에서 그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지난 5일 70분간의 대대적인 ‘지원자 모집 공고’ 효과가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졸속 편성 논란, 〈슈퍼스타 K〉 아류라는 지적. 〈위대한 탄생〉은 출발부터 여러 모로 불안한 조건이다. 인정하든 인정하기 싫든 간에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그램을 지상파가 따라했다는 말이 나오니, 성공해봤자 본전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리고 지난 5일 첫 방송은 그런 불안감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과연 〈위대한 탄생〉이 ‘미약한 시작’에서 ‘창대한 끝’에 이를 수 있을지. 다음달 3일 본격적인 첫 무대가 그 향방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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