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사면, 마지막 관용이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전두환 추징금 취재한 강범석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지난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3년의 숨바꼭질-전두환 추징금 안 내는가 못 내는가’편에서 비춰진 전두환 씨의 모습은 여전히 ‘각하’의 위용이었다. 1996년 내란 수괴와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1심 사형을 선고받았던 ‘죄인’과 그의 가족들은 거액의 부동산을 사들이며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미납추징금 1672억 원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전두환 편’을 제작한 강범석 PD는 “97년 사면이 마지막 관용이어야 한다”며 검찰의 추징금 환수의지를 강조했다.

▲ 강범석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 ⓒPD저널
- 전두환 씨가 고발 프로그램에 등장한 건 오랜만이었다. 기획 계기가 있었나. 

“86학번이다. 학교 다닐 때 전두환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당시가 생생하다. 그런데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당시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어떤 부분은 미화되기 시작했다. 역사의 매듭을 지지 못하고 정치적 사면을 받으면서 흐지부지 된 결과였다. 역사적 견해 차이와는 별개로 추징금은 반드시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은닉재산) 의혹이 많은 상황인데 왜 해결이 안 될까 궁금했다. 몇 달 전부터 아이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전 씨가 지난달 스스로 300만원 추징금을 냈다. 덕분에 자연스레 제작할 수 있었다.”

- 방송에서 전두환 씨와 딱 한 번 마주쳤다. 며칠 동안 기다렸나.

“잠복은 촬영기간(5주) 내내 했다.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누가 찾아오는지 보고 있다가 박상아씨 가족의 외출 장면도 잡을 수 있었다. 다른 스케줄은 불규칙했지만 배드민턴을 치러 나가는 게 일정했다. 전 씨는 동네 학교의 체육관을 빌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운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운동복 차림으로 학교에 들어갔지만 이내 경호원에게 막혔다. 이판사판이란 생각으로 집 앞에서 계속 기다렸다. 골목 어귀를 지키고 있었는데 전 씨 일행 차가 들어와서 바짝 따라붙었다. 경호원들이 우리를 일행으로 착각한 덕에 집 앞까지 쫒아갈 수 있었다. 전 씨 얼굴이 찍힌 건 그때가 유일했다. 그 장면 뒤에는 난리가 났다.(웃음)”

- 시청자들은 전 씨가 여전히 권력자로 사는 모습에 공분했던 것 같다.

“전두환 씨로 인해 받은 상처를 아직까지 치유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5‧18관련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할 때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전두환이다. 그들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살아가는데 정작 본인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간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다.”

- 전두환 씨를 옹호하는 쪽도 있는 것 같다.

“대구 쪽 촬영을 가면 몇몇 분들은 (전 씨가) 전부 잘못한건 아니지 않느냐, 경제 살리지 않았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만원씨는 북한이 사주해서 5‧18이 일어났다는 내용의 책도 썼다. 전사모(전두환 전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사람들은 전두환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갖고 있었다. 이런 분들을 만날수록 전 씨가 한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꼈다.”

- 검찰이 먼저 추징금을 납부하라고 알려준 사실은 놀라웠다.

“검찰이 전씨 측에게 미리 연락을 해줬다는 건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처음에는 전씨 측의 꼼수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도 무조건 잘못하진 않았다고 본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을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무엇 때문에 추징금 환수에 어려움 겪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 하지 않았다. 추징금을 받으려면 가족들의 재산이 전두환으로부터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이 일은 일반인이나 언론에서 하기 어렵다.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추징시효 만료를 피해 3년 단위로 추징하는 검찰을 보며 과연 추징금을 받으려 노력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전두환 추징금 의혹>편의 한 장면. ⓒSBS
- 이대로라면 전 씨가 추징금 전액을 낼 일은 없어 보인다.

“보통사람들은 가족들의 재산을 빌려서라도 추징금을 낸다. 반면 전 씨는 법정에서 ‘우리 가족도 겨우 먹고 산다’며 낼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전씨가 (돈을) 돌리고 돌리는 걸 여러 차례 해서 방송에서도 부동산 추적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마 지금은 다른 사람 명의의 (자금세탁) 작업을 거의 끝낸 상태일 것이다. 검찰 역시 작심하고 찾아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 방법이 없나.

“현재로선 가족들의 돈이 전두환 씨의 재산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추징할 수 없다. 전 씨가 사망할 경우 추징금 자체도 없어진다. 외국에는 추징금을 내지 않았을 때 노역을 시킨다든지, 돈을 완납할 때까지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의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고액의 추징금 미납자가 발표되어도, 그 때만 소란스럽다가 그냥 지나갈 뿐이다. 검찰의 환수 의지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97년 사면이 전씨에 대한 마지막 관용이어야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