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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MBC ‘PD수첩’과 영화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는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적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 탓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이벤트’에 나선 연쇄살인사건 범인 ‘만들기’ 작전으로 막을 연 영화는 검사와 스폰서 문제, 건설사 입찰 비리, 경찰 내부 갈등, 권력 내부의 부정부패 등 녹록치 않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고발한다. 부당거래가 또 다른 부당거래를 낳는 악순환을 촘촘한 플롯 위에서 치밀하고 유기적인 사건들로 연출해낸 솜씨는 감탄할만하지만, 극장 불이 꺼진 뒤 ‘영화는 영화다’라며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에 목이 탄다.

〈부당거래〉를 보는 동안 관객은 기시감을 느낀다. 비단 영화 속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일전에 MBC 〈PD수첩〉이 고발했던 사건을 연상시켜서만이 아니다. 경찰의 무리한 실적주의에 따른 강압수사, 부당 공권력에 따른 희생자 발생 등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영화가 노골적으로 그리는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 그리고 검찰의 언론 ‘빨대짓’은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영화 속 주양 검사(류승범)는 건설업체 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는데, 고급 시계부터 골프 접대까지, 장난이 아니다. 그 대가로 주 검사는 입찰 비리 건으로 구속된 자신의 스폰서를 ‘약식명령’으로 빼내주며 보답을 한다. 또 주 검사는 검찰에 유리한 보도를 위해 기자에게 향응 제공부터 성 접대까지 일삼는다.

▲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
뭐, 새롭지 않다. 앞서 〈PD수첩〉의 고발이 없었다면 “에이, 설마” 했겠지만, 관객은 그리 순수하지 않다. 당초 각본을 받아보고 “이게 말이 돼?” 했다는 류승완 감독도 제작 과정에서 영화와 유사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더욱 더 소름끼치는 현실은 영화 속 결말과 현실이 너무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주 검사는 스폰서 접대 사실이 드러나며 위기를 맞는 듯 하지만 장인의 비호 아래 살아남는다. 주 검사가 “오래 걸릴까요?”라며 걱정하자 장인은 “연예인 마약 사건이 하나 있는데 그게 터지면 얘기가 묻혀서 잘 풀릴 거야”라며 “걱정하지 말고 어깨 피고 다녀”라고 격려한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PD수첩〉의 폭로 이후,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까지 ‘스폰서 검사’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들의 활동은 사실 왜곡과 은폐 의혹을 남기며 끝났다. 향응 접대 의혹은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고, 성접대 혐의는 모두 무혐의 처리되거나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PD수첩〉의 세 차례에 걸친 고발도 검찰 권력의 견고한 성 앞에선 소용없었다. 오히려 제보자의 삶은 만신창이가 됐고, ‘스폰서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은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복직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마도 소송은 그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고, 면직이 확정되더라도 ‘전관예우’에 따라 그는 변호사로도 승승장구해 갈 것이다.

시사프로그램과 영화까지 나서 진실을 파헤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데, 권력기관은 언제나 그렇듯 직무유기다. 권력의 직무유기가 혹 그들 내부의 ‘부당거래’ 때문은 아닌지. 고층빌딩 숲, 그 가운데 더욱 우뚝 솟은 검찰청의 아찔함에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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