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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적 회복세에도 사측 ‘동결’ 고수…노조 “뒤통수 맞았다”

2010년 MBC 임금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2.6% 인상안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기본급 동결안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초반부터 난항에 빠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예상치, 그리고 지난 6년간 실질 임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돼 왔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급 기준 12.6%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MBC 사측은 지난 3일 열린 임금협상 첫 실무협상에서 기본급 동결안을 제시한데 이어 지난 9일 2차 실무 교섭에서도 동결안을 고수했다. 사측은 “올해 경영실적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고, 경영 여건이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본급을 올려 인건비 부담을 안고 갈 수는 없다”며 “기본급은 동결하고 경영성과 부분은 그때그때 보상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성과 부분은 반드시 보상하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공언 등에 협상을 어느 정도 낙관했던 MBC노조는 “사측이 뒤통수를 쳤다”며 기본급 동결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보상은 그 한계가 뚜렷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것이어서 구성원들의 사기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만큼 성과급 보상에 앞서 반드시 기본급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내세워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본급 인상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MBC 경영 실적은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볼 때 2010년 MBC 본·계열사의 매출은 최소 1조 1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최소 740억 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영업 이익은 회사의 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예산 관리를 통해 얻어진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기본급을 올릴 여력은 없다”며 “정상적이라면 오히려 기본급을 삭감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종편이 출범하면 광고 매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종편 출범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재차 거론했다.

그러나 MBC노조는 이에 대해 “과거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 등 새로운 방송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던 ‘MBC 위기론’을 그대로 반복하는 구태에 다름 아니”라고 반박하며 “내년 MBC 경영의 가장 큰 위협은 종편 출범 그 자체가 아니라 종편에 맞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허리띠 졸라매기’ 수준의 임금 동결만 외치고 있는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기본급 동결이라는 사측의 주장은 성과급 위주로 MBC의 임금 체계를 바꾼 뒤, 궁극적으로는 연봉제의 길을 트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하고, 성실하게 임금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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