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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주필의 신파

|contsmark0|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얼마 전 컬럼에서 신파를 했다. 신파의 주제는 현정권의 언론탄압(?)의 실상, 기자가 잡혀 들어간 것도 아니고, 광고가 끊어진 것도 아니고, 보도지침이 내려온 것도 아니고, ‘언론탄압’의 증거를 아무리 찾아도 발견하지 못하자, 온 몸으로 그 증거를 만들어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얼마나 청승맞은지 들어보자.
|contsmark1|“36년간의 기자생활에서(…) 요즘처럼 자가검열로 위축되고 주눅들어본 적은 없다.” 한 마디로 자기가 자기 자유를 탄압했다는 고백이다. “세무조사 이후 나는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쓰는 데 주저했고…” 그럼 안 되지. “나는 세무조사에 걸릴 만한 일을 할 위인이 못되고, 그럴 기회나 계제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contsmark2|그렇다면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을 터, 근데 왜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쓰는 데 주저”하는가. 더욱이 “남보다 근로소득세를 더 냈으면 냈지 세금을 탈루할 여지가 없었다”는 분이 뭐가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을 삼가는”가.
|contsmark3|제 말대로 “누가 뒤에서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남산(옛 안기부)에서 잡아갈 위험도 없는데 어째서 주위를 살피고 꺼리고 있는 것일까.” 이러고도 과연 “할 말을 하는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contsmark4|“조선일보에 대한 세무조사 때문이었다.” 남들 다 받는 세무조사, 그거 때문에 언론이 할 말을 못하면 안 되지. 게다가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비교적 깨끗하고 괜찮은 신문” 아닌가. 그런데 뭐가 무서워? “통상적인 세무조사라지만 굳이 이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contsmark5|별 게 다 궁금하다. 5년마다 받는 세무조사, 그럼 언제 받으려고? “혹시 내가 써온 글 때문은 아닐까.” 자기가 붓을 놓는다고 설마 언론사들이 세무조사를 면제 받을라고.
|contsmark6|“그래서(…) 과연 이 마당에서 『나만 잘 났다』고 써대는 것이 기자이기 이전에 직장인으로서의 도리인가를 되씹게 만든 것이다.” 기자윤리는 직장인의 도리에 앞서는 법. 그러니 너만 잘나도 됩니다. 기자가 쓰고 싶은 글 못 써가며 정권의 눈치나 보다니. “할 말을 하는” 신문에서 “할 말”을 하시던 분이, 기껏 세금 몇 푼에 정권에게 아부하다니.
|contsmark7|“현장에서, 일선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머뭇거리고 주변을 살필 때 이미 언론자유는 없다는 것이.” 언론자유가 없는 곳에는 본디 ‘언론자유가 없다’고 말할 자유부터 없는 법. “나는 여기서 오랜만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이 순간만은 언론자유를 느끼고 있다.” 보라, 당사자가 “언론자유를 느끼고 있다”는데, ‘언론탄압’ 운운하는 자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contsmark8|“이제는 권력과 언론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갔고 인식전환의 여지가 없어졌기에 더 이상 겁이 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편안한 기분이다. 이제부터 쓸 것은 써야겠다.” 보세요, 세무조사 하고 나니까 “겁이 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고 편안한 기분”이 들면서 “쓸 것은 써야겠다”는 의욕이 마구 생기지요? 바로 그게 언론개혁의 효과입니다. 보세요, 당장 나타나잖아요.
|contsmark9|진중권 문화평론가
|contsmark10||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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