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자장면 집’과 ‘종편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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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동네 자장면 집 내는 것만 못하다.”
한 야당 국회의원이 종편사업자 선정 절차와 내용 부실을 질타하며 남긴 말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일 야당 추천 위원들의 무리한 추진에 대한 반대와 연기 제안마저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종편사업자 선정을 위한 세부심사기준’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지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심사기준안은 전문가 토론에서조차 지적과 우려가 이어졌다. 방통위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성’과 ‘방송산업육성’에 대한 평가는 부실하기 그지없다. 공정성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평가하지도 못하면서 다만 ‘실현의지’라는 모호함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평가항목은 있으나마나한 구두선에 불과하다. 또 글로벌산업으로서의 방송 육성이라는 거창한(?) 목표 아래 종편을 추진한다면서 정작 콘텐츠 제작능력에 대해서는 충분한 평가를 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심사기준을 만들고야 말았다. 결국 보수언론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돈 잔치로 종편 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지적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절대평가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될 것이기 때문에 복수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아니면 하나도 선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한낱 말장난일 뿐이다. 정치적 목적을 띄고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종편 사업에 사업자를 하나도 선정하지 않고서 보수언론의 반격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종편 사업자 선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채로 억지로 몸을 옷에 맞추는 기형적인 양상이다. 위법적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방송법을 근거로 밀어붙이더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보수 신문들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말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나만 망하지 않으면 괜찮아’라는 보수 신문들의 오기(?)에 끌려 다니는 꼴이다. 지금도 보수 신문들은 심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사의 보도를 이용하고 있다. 만약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종편 사업자들이 난립하게 되면 또다시 보수 신문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특혜를 요구할 것이다.

안착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종편 사업 추진과정 어디에도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 제 할 일을 미루는 헌법재판소, 합의를 포기하고 일방독주를 하는 방통위, 위법적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미루는 국회. 모두가 제 할 일을 제대로만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동네 자장면 집 내는 것보다 못하게 종편 사업자를 선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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