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감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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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감정노동
[시론]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PD저널
  • 승인 2010.11.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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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가 보기에 아이돌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겠지만, 이들의 노동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이들의 노동은 그냥 노동이 아니라 항상 마음을 조절해야 하는 감정노동이다.

아이돌의 감정노동은 이들이 연습생 시절부터 철저하게 연예제작사에 의해 관리된다. 오랜 합숙생활, 구성원 내의 철저한 역할분담, 사적 생활의 공개와 정리, 건강, 성적, 심리 상태에 관한 체계적인 기록과 관리를 통해 아이돌의 감정은 훈육된다.

그것은 성공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면서 동시에 성공한 자로서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양면적인 행위이다. 아이돌의 감정노동은 신체의 표면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노출하는 표면행위와 슬프고 기쁜 감정의 연기를 실제 감정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내면행위에 의해 구성된다.

▲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흥미로운 것은 아이돌의 감정노동이 표면적이던 내면적이던 육체노동의 강도를 동시에 느낀다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 아이돌의 감정 노동은 더 고단한 육체노동의 연장이다. 방송에서 항상 끼 있고 발랄하고 섹시하고 짐승 같은 이미지를 보유해야하고, 선배들에게는 언제나 예의바르고 착한 아이로 각인되어야하며, 아무리 화나고 힘들어도 겉으로는 항상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아야하는 아이돌의 처세술은 세밀한 육체노동과 연관되어 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감정의 양가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텍스트이다. 이른바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 Mnet에서 방영하는 <2NE1 TV>나 <빅뱅TV> 시리즈처럼 아이돌의 24시간 일상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포맷’ 방식과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처럼 가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갖가지 에피소드를 실제인 것처럼 재구성하는 ‘시추에이션 포맷’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특정한 아이돌 그룹들의 프로모션을 병행하면서 아이돌의 공식적인 연예활동 이면의 사적인 생활을 카메라로 담으려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후자는 사전에 캐스팅 된 두 사람에게 미션을 주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목적이다. 두 프로그램의 방식 모두 지금 이 상황이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다는 것을 ‘연출’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다르다.

예컨대 <2NE1TV>에서 카메라는 마치 해적 방송처럼 자연스러운 화면을 강조하고 카메라의 시선도 같이 있는 동료의 시선 혹은 팬덤의 시선처럼 만든다. 카메라는 간혹 ‘셀카’나 ‘직캠’의 방식으로 아이돌의 소유가 되며, 카메라와 출연자의 객관적 거리를 소멸하려고 한다. 반면 <우결>에서의 카메라는 마치 CCTV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인으로 등장하는 아이돌들은 자신 앞에 카메라가 있으면서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두 방식의 프로그램에서 어떤 것이 더 감정 노동이 더 심할까? 겉으로 보기에는 24시간 일상을 ’직캠 형식‘으로 찍은 <2NE1TV>의 2NE1이 훨씬 더 힘든 감정노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결> 출연자들의 감정노동의 강도가 더 강하다.

<우결>에서 감정노동의 핵심은 사랑의 감정을 현존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부재하게 만들어야 하는 데 있다. <우결>은 연인으로서 성장하는 단계로 몇 가지 미션을 설정해 놓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스킨십 혹은 키스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자연스러운 이러한 행동들은 <우결>에서는 엄청난 감정노동을 수반해야 한다. 이들의 비밀스럽고 사적이어야 하는 사랑의 표현은 이미 공개적인 스튜디오나 카메라의 촬영현장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결코 비밀스럽지 않고 사적이지 않는 사랑의 고백을 정말 리얼하게 표현하려면 그것이 정말 비밀스럽고 사적일 수 있게 연기를 해야 한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감정의 몰입은 사랑을 실제 고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말 리얼한 행동이라는 것을 연기하는 데 투여된다. ‘조권과 가인’, ‘닉쿤과 빅토리아’, ‘용화와 서현’ 사이의 아이돌 사랑의 미션은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부자연스럽게, 가장 개성이 있으면서도 가장 몰개성적이게,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가장 건조하게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양가성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돌에게 이러한 감정노동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들의 삶이 그 자체로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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