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에서 풍요로움을 배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장경수 SBS <최후의 툰드라> PD

 

▲ SBS <최후의 툰드라>의 한 장면. ⓒSBS

 

13개월의 사전 조사와 300여일에 가까운 현지취재.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사계절과 다양한 민족의 삶을 담아낸 SBS 창사20주년 특별다큐 <최후의 툰드라> 4부작이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방영되고 있다. <최후의 툰드라>는 첫방송 11.2%, 두번째 방송에서는 14.1%(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행복의 기준이 상대적이란 걸 느꼈다”, “엄청난 장관에 입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다큐 수준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등 호평을 쏟아냈다. <최후의 툰드라>의 1,2부를 연출한 장경수 PD는 네네츠족을 통해 “복잡한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며 “이들을 통해 진정한 풍요로움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북극 바로 아래의 땅 나무가 없는 툰드라엔 수천 년 간 풍요로운 삶을 지속해온 유목민 네네츠족 사람들이 있었다. MBC <북극의 눈물>(2009)을 보며 “참 잘 만든 다큐”라 생각했던 장경수 SBS PD는 “인류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담긴” 툰드라를 알게 되며 취재를 결심했다.

툰드라 원주민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주변 생물과 공생한다. 하지만 이곳은 환경오염 ‘주범’지역이다. 툰드라가 세계 천연가스매장량 1위 지역인 탓에 개발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이 온실효과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 PD가 말한 ‘인류의 아이러니’가 여기 있었다. 그렇게 툰드라 원주민을 만나러 시베리아 기차에 몸을 실은 게 2009년 11월이었다.

하지만 첫 취재부터 험난했다. 네네츠족의 거주지역은 외국인 출입금지였다. 취재가 가능한 곳은 석유개발로 인해 전통이 사라지고 없었다. 한 공항에서는 경찰과 KGB에 의해 감방에 끌려가 간첩혐의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비제호드(장갑차) 운전자를 통해 제작진을 감시했다. “한 번은 반란을 일으켰다.” 장 PD는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운전사랑 같이 안 가고 알아서 썰매 타겠다고 했다. 결국 원하는 곳에 가되 함께 가는 걸로 합의를 해서 다른 곳도 갈 수 있었다.”(웃음)

▲ 장경수 SBS PD. ⓒ장경수 PD 제공

“3일 지나니까 언제 가냐고 묻더라”

이동의 자유는 확보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장 PD는 네네츠족을 촬영하기 위해 도시의 상식을 모두 잊어야 했다. “처음엔 환대를 받아서 친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3일이 지 지나니 관계 개선이 힘들었다. 3일 지나니까 언제가냐고 묻더라. 좀 더 머물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들도 생활해야 한다며 촬영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돈이 의미 없는 툰드라에서 제작진은 식량을 축내는 존재에 불과했다. 네네츠 사람들은 촬영팀도 똑같이 일하기를 원했다. “하루는 촬영 포기하고 일만 했다. 물 길어 오고 장작 패고 했다. 근데 일만 하니까 좋아하더라. 그렇게 하루 일하고 며칠 촬영하는 걸 반복했다.”(웃음) 장 PD는 촬영기간 동안 “쫓겨나지 않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툰드라에서는 당연히 연출이 불가능했다. 촬영팀은 원주민들과 똑같이 살고자 노력했다. 순록 생고기와 날생선을 주로 먹었다. 메이커가 새겨진 오리털 파카보다 네네츠족이 만든 ‘순록외투’가 훨씬 따뜻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영하 62도의 날씨를 경험했지만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 장 PD는 “감기 바이러스가 못 사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런 식으로 총 여섯 번을 야말 반도를 다녀왔고 갈 때마다 한 달 가량 촬영했다. 3,4부 연출을 맡은 김종일 PD는 에벤족와 한티족을 만났다. 제작진은 외국방송이 시도하지 못했던 툰드라 사계절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장 PD는 “봄에는 생명, 여름엔 아이들, 가을엔 결혼, 겨울엔 따뜻한 일상을 담은 계절별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 SBS <최후의 툰드라>의 한 장면. ⓒSBS

사계절 간 네네츠족의 삶을 지켜본 장경수 PD는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사람이 원래 어떤 모습인가.” 장 PD는 복잡한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네네츠족은 땅에서 풀이 자라면 그 풀을 먹는 순록을 키우며 살아왔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 사는 존재다. 사람이 원래 어떤 모습인가. 사람의 욕심이란 자연 속에서 한없이 부질없는 것이었다.”

장 PD는 자연에서 호흡하며 풍요로웠던 우리들의 과거를 떠올리게끔 네네츠족이 공유하는 삶의 네 가지 원칙을 일러줬다. “어른과 아이를 똑같이 대한다. 아무리 원수여도 조난당하면 구조해준다. 누구든지 집에 오면 3일간 먹여준다. 항상 먹을 만큼만 잡는다.”

                                                      제작비 9억…“명품 다큐 요구 늘고 있어”

1년이 넘는 촬영기간 동안 가장 큰 압박은 제작비였다. 헬기 촬영만 해도 한 시간에 4백만 원이 들었다. <툰트라>팀은 SBS 본사에서 6억 원, 방송통신위원회 지원금 3억 원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 장경수 PD는 “SBS도 다큐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는 내년 5월 방영을 목표로 환경다큐멘터리 <남겨진 미래, 남극>을 제작 중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