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경영 분리, 처음부터 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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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경영 분리, 처음부터 뻥이었다”
김상조 교수, SBS노조 초청 특강서 주장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11.2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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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 7시 목동 SBS 사옥 13층 홀에서 김상조 교수가 'SBS 지주회사 체제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PD저널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한성대, 경제개혁연대 소장). ⓒPD저널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곳이다. 따라서 윤세영 회장의 ‘소유와 경영 분리’나 ‘자회사의 독립경영’ 같은 약속은 심하게 얘기하면 (처음부터) 뻥이었다.”

25일 밤 7시 목동SBS사옥 13층 홀에서 ‘SBS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김상조 교수(한성대, 경제개혁연대 소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김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선택은 시작부터 잘못된 단추를 찬 것”이라 지적하며 현 체제의 문제점과 극복을 위한 여러 대안을 이야기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이윤민)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SBS 교양 PD를 중심으로 6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 25일 밤 7시 목동 SBS 사옥 13층 홀에서 김상조 교수가 'SBS 지주회사 체제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PD저널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교수(한성대 무역학부)는 ‘SBS독립경영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TF팀’ 고문을 맡고 있던 차에 강연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주회사의 본질은 지배”라고 정의한 뒤 “이런 정의 아래 소유하면서 경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즉 2005년 당시 윤세영 회장의 ‘소유 경영 분리 선언’은 “심하게 얘기하면 뻥”이라는 것.

“윤씨 일가 돈 안들이고 지배력 강화했다”

김 교수는 “한국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에서 지주회사 제도는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그 예로 SBS미디어홀딩스 지주회사체제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윤세영 · 윤석민 씨는 SBS 지주회사 체제 전환 당시 1대 1 인적분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 주식을 공개매수 하는 방식으로 이전보다 지배력을 강화했다.

▲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한성대, 경제개혁연대 소장). ⓒPD저널
김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이 출자구조의 수직단순화라는 긍정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자회사 등의 지분율 요건 완화로 큰 비용부담 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SBS의 올해 3분기 237억 영업적자를 지적하며 홀딩스의 ‘터널링’(tunneling)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홀딩스의 자회사 지분율은 각각 SBS 30%, SBS 콘텐츠허브 65%, SBS플러스 100%다. 홀딩스 주식의 6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태영그룹 입장에선 SBS플러스에서 이익이 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SBS홀딩스와 SBS콘텐츠 허브, SBS플러스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사실에 주목했다. “SBS가 지주회사 출범 이후 영업이익이 악화된 것은 홀딩스 및 여타 계열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MBC · KBS와 비교해볼 때 영업외손익의 완충 역할이 소멸된 결과다. 홀딩스의 각 자회사 지분율이 다른 상황에서는 지분율이 낮은 자회사에서 지분율이 높은 자회사로 이익을 옮기는 ‘터널링’(tunneling) 가능성이 높다.”

“승리의 경험 축적하는 게 중요”

대안은 없을까. 김상조 교수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미디어지주회사 규제 △방송사 재허가시 지배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 부과 △재허가 요건으로 지배구조 개선 요건 부과(사외이사, 감사위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방통위 조사 △노조 주도의 경영평가위원회 구성 △주주대표 소송 및 형사고발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어 “홀딩스 같은 지주회사체제의 지배구조 개선은 혁명이 아닌 진화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작지만 소중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길은 노사 모두 피해를 입는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 당시 노조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주회사 대표를 윤석민씨가 맡았는데 그 밑에 사람을 누구로 뽑을지는 뻔했다. 지주회사 체제가 윤석민 SBS 사장체제보다 조금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한 뒤 “오히려 윤석민씨가 SBS 사장을 하는 게 (노조입장에서) 협상하기 훨씬 쉬웠을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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