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취재기자들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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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강제철수 통보에도 국내언론 대부분 잔류… 타사 견제심리도 한몫

국방부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연평도에 있는 취재진에 강제철수를 통보했지만, 29일 오전 현재 기자들은 여전히 현지에 남아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국방부는 28일 오후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오늘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이 어떠한 도발적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연평도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 중으로 취재기자 전원이 철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외신 기자들은 철수 의사를 밝혔지만, 국내 취재진 대부분 국방부 방침에 ‘불복’하고 연평도에 잔류하고 있다. 취재 제한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타사 기자들이 있는 한 우리만 떠날 수 없다는 분위기다.

▲ 연평도 현지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화면 캡쳐

김석진 OBS 보도본부장은 “정부 조치를 거부할 뜻은 없지만, 언론사마다 타사는 취재를 하는 데 우리만 현장을 외면할 수 없는 공통의 딜레마가 있다”며 “다른 언론사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도에서 취재 중인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도 “KBS, MBC, SBS, YTN 등 방송 4사는 합의 하에 취재진 전원이 철수하면 함께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언론이나 통신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방송사만 철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향후 취재 계획은 유동적이다. 국방부가 취재진 철수를 통보하며 제안한 ‘공동취재단(풀)’을 구성하는 것도 언론사간 조율문제가 남아있다. 이선재 KBS 보도본부 취재주간은 “방송사는 풀단을 구성하면 좋겠는데, 신문이 구성을 못해 고민 중이다. 상황이 가변적”이라고 했다. KBS는 취재진이 전원 철수해도 파노라마 카메라 1대는 현지에 잔류한다는 방침이다.

최영범 SBS 보도국장은 “방송 3사의 입장이 동일하다. 군의 통제에 협조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된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이 연평도에 남아있고, 군의 일방 통보에 따라 일제히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상황 보면서 계속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용찬 MBC 수도권부장은 “(향후 취재 계획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취재진 철수 계획 등은 전혀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석진 OBS 보도본부장은 “적어도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는 현지 취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9일 현재 연평도에는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의 경우 KBS는 취재기자 6명과 카메라기자 10명이 상주하고 있고, MBC는 8명의 기자가 취재 중이다. SBS는 취재기자 5명을 포함한 40명이 현지에 있고, YTN은 취재·카메라기자 28명이 연평도에서 취재 중이다.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인 OBS는 취재기자 2명과 ENG 카메라 2팀을 포함한 8명의 취재진이 연평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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