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PD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진행을 맡아 화제다. MBC 표준FM(95.9㎒)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김빛나 PD는 지난달 27일 밤 김정근 아나운서와 함께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생중계했다. 현직 라디오 PD가 TV 장르에서, 그것도 스포츠 대회 중계를 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MBC는 물론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광저우 현지에서 선수 주변 인물과 경기 뒷이야기 등을 취재해 MBC 라디오 〈아이러브 스포츠〉를 통해 리포트 해온 김빛나 PD는 폐막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귀국을 준비하던 중 진행 제안을 받았다. MBC 스포츠제작국의 김종현 부장은 “김빛나 PD가 중국어에 능통한데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내내 경기장과 광저우 일대 곳곳을 밀착 취재하면서 누구보다도 현장감을 잘 익혀온 터라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농담으로 생각했”던 김 PD는 “나는 방송을 하는 사람도, 중국 전문가도 아니”라며 고사했지만, 결국 폐막식 당일 마이크는 그녀 앞에 놓였다. 김 PD는 “광저우에서 차량이나 코디네이터도 없이 대중교통과 셔틀버스를 타고 취재를 다녔는데, 말 그대로 현장을 발로 많이 뛰어다닌 점을 좋게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갑작스럽게 진행을 맡게 된 탓에 폐막식 리허설은 보지도 못했고, 사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김 PD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대로 설명하라고 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엉겁결에 맡았으니 한 거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덩달아 긴장했다고.
하지만 이런 ‘엄살’과는 달리 김 PD는 차분한 목소리로 광저우 현지에서 느낀 소회를 잘 녹여내며 무난한 진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막식 진행까지 3주간의 취재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귀국한 김 PD는 “체육도 매일 ‘미’를 받았는데, 스포츠 경기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과 취재진, 대회 조직위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며 가까이에서 지켜본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