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취향’ 드라마 안방극장을 장악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속과 막장 사이, 정통드라마 뜨고 트렌디 드라마 지고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사람들은 이것들을 가리켜 흔히 ‘막장 코드’라고 부른다. 여기에 극단적인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까지 더해진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로 불린다. 그러나 불륜이나 배신과 같은 소재가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막장 드라마는 아니다. 즉 소위 ‘막장 드라마’를 구분 짓는 것은 ‘막장 코드’ 자체가 아닌, 이야기 전개 과정에 얼마나 설득력과 개연성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년 전 SBS 〈아내의 유혹〉 열풍으로 시작된 막장 드라마 논란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그렇다면 2010년 말, 요즘 드라마는 어떨까. 일부 드라마를 제외한다면 막장 논란은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그러나 ‘막장 코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불륜과 납치, 복수와 같은 ‘막장 코드’는 있되 과연 막장 드라마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그래서 ‘명품 막장 드라마’라는 모순된 의미의 신조어까지 나왔다. 말하자면 막장과 통속의 중간 어디 쯤에 위치한 드라마인 것이다.

▲ SBS 대하드라마 '자이언트' ⓒSBS
최근 시청률 20% 이상의 높은 인기를 끄는 드라마는 크게 두 부류다. 정치나 기업을 소재로 한 정통 드라마 또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를 변주한 통속극. 지난 11월 넷째 주 지상파TV 주간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20위권 내에 포함된 8편의 드라마 가운데 SBS 〈시크릿 가든〉(5위)와 KBS 〈도망자 플랜비〉(14위)를 제외한 6편의 드라마가 여기에 해당된다. 주간 시청률 1위에 빛나는 SBS 〈자이언트〉와 2위의 〈대물〉이 시대극과 정치드라마로서 정통드라마의 계보를 잇는다면 KBS 〈결혼해 주세요〉 등 4편의 드라마들은 불륜, 배신 등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소재의 연속극이다.

이는 비단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10~20대 시청자들이 TV에서 뉴미디어로 이탈하고 40~50대가 주 시청자층을 형성하면서 안방극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한류스타나 톱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보다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인 드라마가, 트렌디 드라마나 실험적인 장르 드라마보다는 이야기 중심의 드라마가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절정은 KBS 〈제빵왕 김탁구〉였다. 〈제빵왕 김탁구〉는 불륜, 납치, 출생의 비밀 등 소위 ‘막장 코드’를 전면에 내걸고도 시대적 배경과 통속의 힘을 빌려 50%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통속극의 변신과 질주는 계속 되고 있다. MBC 주말 특별기획 〈욕망의 불꽃〉은 강간과 낙태, 복수 등 극 초반부터 자극적인 설정 탓에 막장의 인상을 강하게 풍겼으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묘사와 탄탄한 구성으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MBC 〈즐거운 나의 집〉 역시 불륜과 살인이라는 소재를 내세웠으나, 치밀한 스토리의 힘을 발휘하며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로서의 길을 가고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의 오경훈 PD는 “지난 2년간 드라마 시청 패턴을 분석한 결과 수목 미니시리즈 시청층이 기존 10대 후반~2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40대 후반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 작품은 30~40대 여성층을 공략한 것”이라고 밝혔다.

▲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MBC
막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속의 힘 앞에 10~20대가 선호하는 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요즘 트렌디 드라마에게 시청률 20%는 거의 마의 벽으로 통한다. 올해 가장 흥행한 트렌디 드라마 가운데 하나였던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열띤 반응에도 불구하고 〈제빵왕 김탁구〉 종영 반사이익으로 잠깐 20%대 시청률을 맛보는데 그쳤고, 숱한 ‘성스 폐인’을 양산해낸 KBS 〈성균관 스캔들〉 역시 최고 시청률이 1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KBS 〈도망자 플랜비〉 또한 첫 방송 이후 줄곧 10%대 시청률에 만족해야 했다. 한류스타 김현중이 출연한 MBC 〈장난스러운 키스〉는 시청률과 비평 면에서 모두 쓴 맛을 봐야 했으며, 장근석과 문근영을 내세운 KBS 〈매리는 외박 중〉 역시 한 자리 수 시청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