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론 일색’ 균형추 잃은 방송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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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론 일색’ 균형추 잃은 방송 뉴스
연평도 피격사태, 평화적 해법은 실종… “사태해결 도움 안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1.30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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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KBS <뉴스9> '北 도발 정밀 응징하는 첨단무기들', MBC <뉴스데스크> ''하늘의 사령탑' 투입‥북한 완전제압' ⓒKBS, MBC 뉴스화면 캡처
11월 27일 SBS <8뉴스> '인공기 불태우며…'강력 대응 촉구' 집회 잇따라', 29일 MBC <뉴스데스크> '北·中 규탄집회 잇따라‥

연평도 피격사태 이후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송 뉴스 또한 이에 편승하면서 ‘평화적 해법’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균형추를 잃은 방송 뉴스는 ‘도발에 대한 응징’을 촉구하는 보수 여론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선 대북 강경 발언만 쏟아질 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의 민간인 포격을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강경 기조’는 더욱 확고해졌다.

▲ 11월 28일 KBS <뉴스9> '北 도발 정밀 응징하는 첨단무기들', MBC <뉴스데스크> ''하늘의 사령탑' 투입‥북한 완전제압' ⓒKBS, MBC 뉴스화면 캡처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뉴스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집중 부각시키며, 강력한 전투력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KBS 〈뉴스9〉의 연평도 피격 관련 보도 23개 가운데 한미연합훈련의 전력을 분석한 기사는 5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MBC 〈뉴스데스크〉도 같은날 미군의 고성능 감시정찰기 등을 소개하며 “북한의 도발을 초기에 완전 제압하겠다는 이번 훈련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 3사는 한미연합훈련 보도에서 핵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의 위력과 항모전단의 전력을 띄우는데 몰두하는가 하면 ‘전운’이 감도는 연평도의 모습을 중계하는 등 마치 ‘전쟁중계’를 하는 듯 했다”며 “남북이 강경대응으로 치달으면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데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지적했다.

KBS 〈뉴스9〉는 지난달 27일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을 소개하며 “북한이 전면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 항모전단은 전투기와 유도 미사일 등으로 20분 안에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11월 27일 SBS <8뉴스> '인공기 불태우며…'강력 대응 촉구' 집회 잇따라', 29일 MBC <뉴스데스크> '北·中 규탄집회 잇따라‥"강경 대응하라"' ⓒSBS, MBC 뉴스화면 캡처
반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방송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재정 등 4명은 지난달 29일 모임을 갖고 “연평도 피격사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날 방송 3사는 한 곳도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집회도 북한 규탄집회는 연일 보도되지만, 평화해결을 집회는 방송 뉴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29일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인형을 불에 태운” 보수단체의 집회 소식을 보도하면서, 같은날 서울과 평택 등에서 진행된 평화촉구 집회는 다루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강경론’에만 기운 언론의 보도태도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일용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1995년 언론노조·기자협회·PD연합회가 제정한 남북관계 보도제작규칙에는 ‘남·북간 무력사태 발생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언론은 전쟁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방송 뉴스를 포함한 지금의 보도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해 언론이 “NLL(북방한계선)을 둘러싼 서해 5도 주변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담은 10·4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 등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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