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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공태희 OBS〈싱글즈 키친〉PD

연평도 포격은 충격이다. 민간인까지 희생되었으니 충격을 넘어 분노와 적개심마저 일어난다. 이미 예비군 복무연한이 지났는데도, 재 소집되어 연평도에 실전 배치되는 것도 무방하다는 마음이 든다. 분노가 일으킨 복수심 때문이다. 여전히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인지 죽도록 궁금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공포와 적개심이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서슬처럼 시퍼런 분노는 어디까지나 전쟁 억지력으로만 작용해야 한다.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전면전이 아니라 항구적 평화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국민의 안전과 식량을 보장하는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조건이다. 평화는 고도의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외면하는 이상주의자의 고결한 심장에 있는 관념적인 평화론도, 전쟁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극우의 주장도 평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러나 북에도 남에도, 현재의 분단과 군사적 긴장 상태가 영구고착화 되기를 원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최근 몇 년 간 계속 불행해지고 있는 남북관계를 야기한 장본인이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화해 불가능한 악으로 규정하면서도, 상대가 계속 위협적인 존재로 남기 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서로의 존재가 국가안보 제일의 위협이 될 수록, 기득권 유지에 필요한 인권과 평화 희생이라는 ‘그들만의 평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는 상대적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6자회담이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했었고, 북한 경제 정상화를 포함하고 있는 핵무장 포기 계획이 당사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던 기간이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남북 스스로가 주변 열강까지 안심시킬 수 있는 평화적 해법을 찾아야 했고, 핵개발 외에 내세울 것 없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강한 동력이 바로 우리가 주도한 햇볕정책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서해에서 몇 차례의 국지전이 벌어졌고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민간 거주지까지 공격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그를 빌미삼아 다시 ‘전쟁불사’를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 공태희 OBS〈싱글즈 키친〉PD

진심으로 안타까운 점은 이제 한반도 평화유지의 해법이 두 강대국의 손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한국 정부는 이 끔찍한 사태의 미봉책으로 미국의 군사력을 서해에 진입시키는 것 외에 마땅한 해법이 없는 듯하다. 서해에서 핵 항모전대의 작전범위는 북한을 넘어 중국 본토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공포감 그리고 분노까지 불사하는 훈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두 강대국이 양끝에 걸어 놓은 외줄에서 곡예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 관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그대로 전한다.

“개(한국)를 때린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개가 아닌 주인(미국)을 때려야 한다.”
“(북한은) 조금만 참고 있지 그랬어? 잔치(아시안게임)가 끝나면 우리가 미국을 혼내 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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