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어떤 전쟁도 평화보다 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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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서해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의 포탄으로 한반도에 일찍이 없었던 긴장이 드리워지고 있다. 우리 군인과 민간인까지 4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졌고, 수많은 주민들은 불안한 평화 속에서도 지켜왔던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분명히 이번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은 어떤 이유를 대도 정당화할 수 없는 야만적 공격이며, 북한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연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서해상의 대대적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보다는 긴장의 끈을 더욱 팽팽하게 만들고 있고, 대통령의 발언은 햇볕정책의 폐기를 연상시키며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의 길을 더욱 좁히고 있다. 대화보다는 대결을, 재발방지보다는 응징과 보복이라는 단어가 더욱 익숙해진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우리에게 놓인 방안은 ‘평화’인지 ‘전쟁’인지로 귀결된다. 설사 평화가 ‘불안’하고 ‘일시적’으로 보여 미덥지 않을 수도 있고, 전쟁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군사적 응징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끝을 알지 못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판이요, 한마디 한마디가 칼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일부 보수신문들의 조작에 가까운 자극적인 사진 배치는 차치하고라도 뒤이어 쏟아내는 강경한 논조들은 마치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면적인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 차있는 듯하다. 현재 일어난 사태를 넘어 전체적인 판을 읽고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제거해 평화를 위한 대응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수구적인 이념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군사적 대응책, 긴장을 고조시키는 보도와 프로그램들로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더욱 강한 군사력의 전진배치,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무력대응을 언급하며 ‘준전시상황’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이런 방송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을까, 불안하게 하고 있을까?

어떤 전쟁도 평화보다 나을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의 무력이 우리 국민 절반 가까이를 직접적인 사정권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엄중한 대응을 강구하는 한편으로 평화를 위한 냉정함도 함께 갖춰야 한다. 연습이 있을 수 없고, 한 번 벌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일어난다. 국민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어느 때보다 방송의 올바른 역할이, PD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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