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제작진, 항소심서도 ‘무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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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일부 허위 있으나 명예훼손 인정 안돼”…제작진 “미흡하지만 환영”

법원이 또 한 번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다.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또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 이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방송이 정운천과 민동석 등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 내용을 이유 없음으로 보고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월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2~3년의 징역형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PD수첩〉 방송 내용 중 △‘다우너 소’ 동영상에 관한 번역상의 오류와 과장된 표현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확실한 것처럼 보도한 점 △MM형 유전자가 다수인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 등 일부 허위 사실 적시가 인정된다며 부분적으로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 전체에 대해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 MBC 'PD수첩' 제작진과 김형태 변호사가 2일 항소심 선고 공판 판결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D저널
재판부는 다만 “잘못된 발언이나 표현 등이 피고인이나 번역자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 허위 사실이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공격성이 있지 않는 한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쉽게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라며 언론 자유의 손을 높이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정부가 수입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새 협상안 마련을 앞두고 전문가회의나 가축방역예방협의회, 생산자 단체 회의 등을 실시하지 않았고, 광우병에 관한 새로운 위험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PD수첩〉 전체 방송 취지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당초 고소를 제기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PD수첩〉 측의 평가는 엇갈렸다.

정운천 전 장관은 판결 직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애초 고소의 목적이 허위 보도 때문이었다”며 “허위 사실을 인정해준데 대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 관련 정부의 대책과 준비가 미흡했다는 재판부의 판단과 관련해선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전문가회의 등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PD수첩〉측은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과 표현의 자유를 다시금 확인해준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일부 허위 사실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것은 사건의 전제일 뿐 의미 없는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는 점과 언론의 비판 기능과 이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 보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송일준 PD(전 〈PD수첩〉 진행자)도 “결론적으로 재판부가 정부 정책 비판이 언론의 당연한 소명이자 〈PD수첩〉이 할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미흡하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송 PD는 “일부 허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책을 비판하고 방송을 빨리 만들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에 의한 결과적 허위라는 판결로 본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의도적인 허위가 아닌 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며, 당연한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능희 전 〈PD수첩〉 책임PD는 “처음부터 형사재판 감이 아니라는 것은 검사도 알고 있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인을 얼마든지 잡아다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적 재판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PD는 “그러나 아무리 겁박해도 MBC와 〈PD수첩〉은 절대 굴하지 않고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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