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개인 명예보다 언론 자유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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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PD수첩 무죄 판결 의미 진단]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환기시키고 공직자의 공적 업무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훈)는 2일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사건에 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하나, 피해자(정운천·민동석)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판매하는 피해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범의(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방송의 전체적인 취지 및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방송의 취지 자체가 정부 정책과 공직자들의 공적 업무에 관한 비판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권과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악의적 왜곡을 저질렀다”는 검찰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주의의 토대인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적 제재로 인하여 이러한 사안에 대한 표현을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함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즉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개인의 명예보다 언론의 자유가 우위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 MBC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MBC

일부 ‘허위’ 판단 논란…‘시청자 인상’이 판단의 기준?

그러나 〈PD수첩〉 방송 일부 내용이 허위라는 법원의 판단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에서 허위 보도라고 주장한 다섯 가지 사항과 관련해 특정위험물질 관련 내용과 우리 정부 협상단의 실태 파악 관련 보도 내용을 제외한 △다우너 소 동영상 △아레사 빈슨의 사인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 등 세 가지 사항에 대해 허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판부가 이 같은 보도를 허위로 판단한 근거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다우너 소 동영상 및 아레사 빈슨의 사인 보도와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우너 소 관련 보도의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볼 때 ‘다우너 소 동영상에 나오는 다우너 소들은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거나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들이다’라는 것인데, 소가 주저앉는 증상의 발생 원인에는 광우병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고,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취해진 1997년 8월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중 광우병에 걸린 소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으므로 위 동영상 속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허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재판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점, 그리고 재판부의 결론대로 “동영상 속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판부는 또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서도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볼 때 ‘아레사 빈슨이라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이 거의 확실하다’라는 것인데, 당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나, 부검 전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였고 이 사건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 부분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시청자들이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인상’을 재판부 스스로가 단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재판수는 “당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한다는 판단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 MBC 'PD수첩' 제작진과 김형태 변호사가 2일 항소심 선고 공판 판결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D저널

‘PD수첩’도 웃고 정운천도 웃다?

이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결과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되, 방송 내용을 일부 허위라고 판단함으로써 부분적으로 검찰과 정부 측 손도 들어준, ‘정치적 판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이번 판결에 대해 “허위 사실이 인정돼 다행”(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라거나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인정한 판결”(〈PD수첩〉 제작진)이라는 상반된 평가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방송 내용 일부를 허위로 판단한 이번 판결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정정보도 사건에 관한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이번 재판부가 허위로 판단한 다우너 소와 아레사 빈슨 사인, MM형 유전자 관련 내용과 정부 협상단의 실태 파악 노력 등에 대해 허위로 판단, 정정보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MBC는 즉각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은 〈PD수첩〉 제작진 전원에 대한 무죄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상고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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