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보다 깊이, 아마존보다 리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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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내세운 MBC ‘아프리카의 눈물’, 3일 프롤로그 방송

‘지구의 눈물’ 시리즈 3탄, MBC 창사49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연출 장형원·한학수)의 슬로건은 ‘상상 너머의 충격, 아프리카가 온다!’이다.

제작진은 이를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한다. “첫째, 강렬한 비주얼적 충격이다. 다채롭고 원색적인, 살아있는 비주얼을 보게 될 것이다. 둘째, 기존에 갖고 있던 아프리카에 관한 관점에 가하는 충격이다. 통념을 뒤집는 충격을 드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눈물에 관한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이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 지성과 양심에 관한 충격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기자 시사회에서 공개된 〈아프리카의 눈물〉 프롤로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던졌다. 먼저 남녀 할 것 없이 원색적이고 화려한 치장, 하얀 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플라니족 여성들의 입술 문신 등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사막 코끼리의 죽음, 생활고에 따른 빈곤계층의 치열한 생존경쟁 등 아프리카 전역을 관통하는 비극의 흐름은 이성과 양심을 두들겼다.

▲ MBC '아프리카의 눈물' ⓒMBC
〈아프리카의 눈물〉은 아프리카 대륙을 가난과 에이즈·축구 등 단편적인 키워드로 인식해 온 우리의 통념에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전작인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이 지켜져야 할 원시의 가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시작 단계의 비극을 조명했다면, 〈아프리카의 눈물〉은 이미 비극의 결말을 향해 치닫는 아프리카 대륙의 ‘진짜 눈물’을 보여준다. 한학수 PD의 말대로 “지구 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친 아프리카가 가장 큰 온난화의 파고를 맞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북극보다 조금 더 깊이, 아마존보다 더 리얼하게”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 등 전작의 놀라운 성공 뒤를 잇는 〈아프리카의 눈물〉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이 소위 ‘성공 요인’을 보여줬지만, 차별화가 여전히 고민이었다.

제작진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결론은 “리얼리즘으로 몰아붙이자”였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눈물〉은 ‘지구의 눈물’ 시리즈 가운데 가장 저널리즘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총과 피를 피하지 않고”,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킬리만자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학살까지 폭넓게 담아낸 〈아프리카의 눈물〉은 그래서 지금은 폐지된 〈W〉와도 닮았다.

하지만 시종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항공 촬영 장비인 씨네플렉스로 담아낸 누떼의 대질주, 아프리카의 성산 킬리만자로 등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또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사하라의 아름다운 유목민 풀라니족의 남성 미인선발대회 ‘게레올’ 등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특히 우리와 피부색도, 환경이나 삶의 조건도 전혀 다르지만, 여자친구에게 “나만 믿어”라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나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있을 때 빛나는 표정에서 확인되는 ‘보편성’은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한다.

물 부족, 총기 사고 등 어느 때보다 힘든 여건 속에서 307일간 기록해낸 아프리카의 검은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은 오는 3일 프롤로그 ‘뜨거운 격랑의 땅’으로 시작해 1부 ‘오모계곡의 붉은 바람’(12월 10일), 2부 ‘사하라의 묵시록’(1월 7일), 3부 ‘킬리만자로의 눈물’(1월 14일), 에필로그 ‘검은 눈물의 시간 307일’(1월 21일) 순서로 방송된다. 방송 시간은 금요일 밤 11시 5분이다.

다음은 지난 1일 〈아프리카의 눈물〉 기자시사회에서 있었던 제작진과의 일문일답이다.

▲ '아프리카의 눈물'의 장형원(왼쪽), 한학수 PD ⓒMBC
-〈북극의 눈물〉이나 〈아마존의 눈물〉은 동질감과 향수를 느끼게 해 감정 이입이 어렵지 않았는데,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면 무겁고 불행해 보여 재미를 느끼게 하기가 불리할 것 같다. 그런 점을 어떻게 보완했나.

장형원PD: 전작이 〈아마존의 눈물〉이어서 부담감이 컸다. 성공 키워드는 〈아마존의 눈물〉이 다 보여줬으니, 그대로 따를 것인가, 피하지 않고 리얼리티를 최대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성공하는 길이 저쪽에 있는데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총과 피를 피해서 가는 건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얼리티를 살리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학수PD: 전작과의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북극의 눈물〉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큰 시그널을 던졌고, 〈아마존의 눈물〉은 지구의 허파 생태계가 괴롭힘을 당하고, 원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문명과 긴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극의 눈물〉보다 조금 더 깊이, 〈아마존의 눈물〉보다 더 리얼하게. 지구 온난화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사회의 격동을 담지 않으면 안 됐다. 그래서 저널리즘적 요소가 대입됐을 지도 모르겠다. 하드한 면도 조금 있을 텐데 좀 더 리얼리즘으로 몰아붙이고 싶었다.

-현지에서 부족민들이 주는 음식을 먹어봤나. 기타 음식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한학수PD: 물 부족 국가이다 보니, 식수를 가져갔으나 한계가 있었다. 설거지를 할 물이 없어서 현지인들과 같이 강물에 식기를 씻고 음식을 담아 먹었다. 그래서 수인성 질병에 많이 걸렸다.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은 주로 날 것이 많아서 먹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성의를 봐서 받아 먹고 3일 설사하며 촬영에 지장을 줄 것인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그렇게는 1년 동안 장기간 취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부족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촬영 중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는데.

한학수PD: 수리족의 축제 ‘동가’를 촬영하던 중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당시 ENG 카메라 2대와 지미집 한 대로 촬영 중이었는데, 총 소리가 들리며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나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땅을 찍고 있었다. 보니까, 지미집 폴대가 총에 맞아 꺾이며 카메라가 땅을 향한 것이다. 지미집을 맡고 있던 민병선 조연출은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왔다니, 지금 생각하면 무사히 다녀왔다는 자체가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었던 것 아닐까 한다.

장형원PD: 카메라감독이 사막 코끼리 정면샷을 찍으려다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있었다. 코끼리가 청각과 후각이 발달해서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정면샷을 찍기 굉장히 어려운데, 카메라감독이 욕심을 내서 아기 코끼리의 정면샷을 찍으려고 하다가 코끼리가 앞으로 돌진해서 충돌할 뻔 했다. 간신히 옆에 있던 나무로 숨어서 화를 면했다. 또 조연출이 차로 장비를 싣고 오다가 차가 세 바퀴 굴러서 척추 세 군데 골절을 당한 일도 있었다.

-배우 현빈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한학수PD: 내용이 무겁고 하드한 측면이 있어서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했다. 연예인이되 전달력이 있는 사람 중에 엄선해서 현빈 씨에게 부탁했다. 다행히 현빈 씨도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했고, 전작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극장 영화 상영 등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위한 구상이 있다면.

정성후 책임PD: 동화책 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MBC프로덕션에서 어린이 대상 동화책과 만화책 출판 작업을 하고 있다. 12월 중에 출간될 것 같다. 지난해 프로그램이 끝나고 작업을 하다보니 출판사가 수입이 덜 하다고 판단했는지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진행해서 속도가 붙었다. 영화도 기존에 눈물 시리즈 두 편을 했던 배급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미팅을 가졌고, 특별히 다른 상황이 없는 한 영화로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BBC 다큐와 다른 요소가 있다면.

한학수PD: BBC와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계속 부딪혀 갈 것이다. 북극 때도, 아마존 때도 계속 BBC와 붙었다. 아프리카에서도 그들과 일부가 겹치기도, 아니기도 했다. 이제 그들도 우리에 대해 알게 됐을 거다. 그것이 큰 시그널이라 생각한다. 한국 다큐멘터리가 NHK를 존경하고 흠모하던 80년대를 지나서 20년 사이에 이만큼 컸고, BBC라는 세계적 다큐 제작자와 함께 현장에서 부딪히고 있다. 한국 다큐가 세계 시장을 겨냥할 정도로 내공과 수준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펀딩과 시청자들의 사랑만 있다면 더 큰 세계를 향해 가야 한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작은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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