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위한 영화 읽기 "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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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위한 영화 읽기 "슈렉"
디즈니가 따라오지 못할 엽기적 상상력
  • 승인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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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여름영화 중에 볼만한 게 없을까?” 해마다 여름 시즌이면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여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전성기라고 할만하다. 화려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오락영화가 줄지어 개봉하는 시기이니 말이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contsmark1|‘진주만’이나 ‘툼레이더’처럼 이야기 구조가 다소 엉성하긴 하지만 볼거리 하나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하고 있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영화 한편이 있다. 바로 ‘슈렉’이다. 3d 애니메이션인 ‘슈렉’은 기술적인 진보 외에도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contsmark2|‘미녀와 야수’나 ‘알라딘’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충분히 보고 즐긴 사람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이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contsmark3|‘슈렉’은 전형적인 동화에서 출발한다. 늪지대에서 살고 있는 거인 슈렉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다. 괴물인데다 생김새도 못생겼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친구가 없다. 어느 날 독재자 파콰드에게 쫓겨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슈렉은 평화로운 생활을 잃게 된다.
|contsmark4|고민하던 그는 직접 파콰드를 만나 용에게 납치된 피오나 공주를 되찾아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러면 보기 싫은 동화 속 요정들을 돌려보낼 수 있는 거다. 괴물 슈렉은 당나귀 덩키와 함께 길을 떠나는데 이 당나귀가 엽기적이다. 말도 못하게 수다스럽고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슈렉을 귀찮게 한다. 막상 피오나 공주를 만난 슈렉은 점차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괴물과 공주의 연애라?
|contsmark5|‘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하면서 비웃는다.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돼지 삼형제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탓에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못한다. 영주의 놀이동산은 실재하는 디즈니랜드를 연상케하는데 그만큼 조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피오나 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면 상상하지 못할 엽기성을 발휘하는데 발차기는 물론이고 가엾은 새알들을 곧장 요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기존의 공주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고 있다.
|contsmark6|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슈렉도 비슷하다. 괴물이지만 더없이 따뜻한 심성을 지니고 있으며 공주를 진심으로 아껴주면서도 좀 성질이 괴팍하다.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상당한 수준인데 ‘슈렉’제작진은 안면근육 애니메이션 시스템과 쉐이퍼라는 기술을 응용해 캐릭터들의 웃고 오는 표정을 실감나게 연출했으며 일부 장면에선 실사영화에 사용되는 스테디캠 카메라를 사용해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contsmark7|최근 3d 애니메이션 작품은 일종의 유행을 타고 있는 듯하다. 올해 공개될 ‘파이널 판타지’ 역시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화면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슈렉’은 3d 애니치곤 소박한 구석이 있다. 기술의 혁신보다는 실사영화의
|contsmark8|‘인간적인 매력’에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해야 할까. 적절한 볼거리를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이 애니메이션은 스펙터클보다는 캐릭터의 사실성이라는 측면에 더욱 신경을 쏟는다.
|contsmark9|작품 결말이 신나는 모험담이 아니라 피오나 공주와 슈렉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contsmark10|과연 괴물은 진정한 사랑을 성취할 수 있을까? 마법에 걸린 공주는 못생긴 괴물을 연인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슈렉’은 이렇듯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contsmark11|그런데 이 질문은 현실 속의 우리들에게 사랑에 관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에 대해 일러준다. ‘슈렉’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황당하고 낭만적인 사랑 대신, 무척이나 가슴저린 사랑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contsmark12|김의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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