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와 최철원 패러디가 방송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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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와 최철원 패러디가 방송엔 없는 이유
[시론]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 승인 2010.12.07 10:0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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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미필 콤플렉스 때문이었을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전쟁나면 입대하겠다”라며 생색을 냈다. 이에 질세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협상을 잘못했다고 해서 물러나게 되면 해병대라도 지원하려고 한다. 나이 들고 힘이 없어 총칼은 못 지더라도 밥이라도 짓겠다"라고 말했다.

글쎄, 군대는 이 노병들을 반길까? 군대가 문제 인물들의 재처리 시설도 아닌데 그렇지 않아도 전쟁불안감으로 노심초사하는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내게 잘못이 있다면 군대에 가서 사죄하겠다”라는 식의 표현은 “망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겠다”처럼 당사자를 모독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사회지도층이 버젓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 지난달 30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의 한 장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이은 실수와 실언으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인터넷에서 국가대표 개그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절정은 연평도 포격 현장에서 보온병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외쳤던 그는 폭격에 그을린 소주병을 들고 “이게 진짜 폭탄주네”라고 개그를 친 송영길 인천시장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보온 상수’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만끽하고 있다. 다음과 같이.

“안상수 매뉴얼-전쟁이 나면 군에 입대해 보온병을 들고 적진에 단신으로 뛰어 들어가서 적들로부터 밥을 훔쳐 행방불명된다.” “연관검색어 ‘안상수, 전쟁나면 입대’ - ‘MC 몽, 이빨 나면 입대’ ‘유승준, 미국 망하면 입대'” “윤봉길 의사는 도시락 폭탄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했고,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을 제조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안상수 함부로 까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웃음을 준 적이 있었느냐? (안도현의 시 <연탄재> 패러디)”

그런가하면 SK 가문의 최철원 M&M 전 대표는 엽기적인 폭력 행보로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회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자를 불러다가 100만원에 한 대 씩이라며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매 값을 치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신주의의 ‘끝판왕’으로 불릴 만 했다.

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역시 패러디가 만발했다. 회사 직원들도 단체기합을 받았다는 증언을 보고 “그럼 이 회사 분위기는 이렇겠네. ‘야, 부장 밑으로 다 엎드려. 복창한다. 하나에 사기, 둘에 불량. 총무부장, 너 애들 교육 똑바로 못 시키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제 드라마에서도 재벌2세가 등장할 때 직원들을 몽둥이로 때리는 장면이 나오거나 회사에 사냥개를 푸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 머니로 1단위 당 100만원 하는 ‘빠따’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나왔다.

이처럼 누리꾼들은 안상수와 최철원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패러디로 승화시켰다. 문자 패러디는 일부일 뿐이다. 할인마트 보온병 코너 사진을 올려놓고 ‘포탄 코너’라고 설명하거나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해 ‘이것은 보온병이 아니다(포탄이다)’라며 예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터넷에서는 패러디가 풍년이었는데 방송에서는 잠잠했다. 이 좋은 소재를 그냥 썩힌 것이다. 안상수 의원이 여당 대표라서, 최철원 전 대표가 대형 광고주 가문의 일원이라서 그랬을까? 늘 소재에 허덕이는 개그 프로그램도 말밥을 찾는 토크쇼도 무심했다. 외국에서라면 지겹도록 복기되었을 이런 사례가 시사풍자 코미디가 단절된 국내에서는 운도 떼지 못했다.

유머와 해학이 사라진 사회, 어쩌면 이것은 안상수 대표의 비상식적인 발언보다 최철원 전 대표의 비상식적인 행동보다 더 비상식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시사풍자 코미디의 의미는 단순히 위정자를 희화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깎아내리기를 통해서 국민을 깊이 위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부디 그들에게 웃음을 허하기를 기대하며 방송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스피드 국격퀴즈’를 올린다.

▲ 고재열
검찰 위에 모 있어? 사찰/ 국민 위에는? 국빈/ 스마트폰 보다 이게 더 좋아. 대포폰/ 포탄 보다 이게 더 빵 터져. 보온병 / 고시 패스 보다 확실한 거? 장관 딸 / 출세하려면 군필 말고? 면제/ 가난한 사람은 이사가. 부자들은? 위장전입/ 해외자본 유치는 왜 해? 먹튀/ 배추 김치 못 먹으면? 양배추김치/ 다이아는 어디에 끼는 거지? 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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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2010-12-12 21:43:55
당사자들 얼마나 쪽팔리겠나. 감방에도 가고... 방송에서 굳이 패러디 안한다는데 뭘그리 야단이고.

222 2010-12-07 14:53:25
요즘 걔네들때문에 웃고산다..
고맙다..
진심이다..
ㅆ ㅆ ㄲ ㅇ

돼지꿈 2010-12-07 14:12:22
사실 패러디의 성격이 못되는것이 패러디가 본연의 성질보다 더 웃기질 못할껏 같아서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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