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풀어낸 ‘윤이모’의 까칠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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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야식당’ 윤성현PD 에세이집 <라디오 지옥>

▲ <라디오 지옥: 신청곡 안 틀어드립니다>(윤성현 지음, 바다봄)
KBS 쿨FM <심야식당>을 직접 진행하며 ‘까칠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윤성현 PD가 에세이집을 냈다. 제목은 <라디오 지옥>. 한 때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연출했던 PD가 선택한 제목치곤 고약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옆에 쓰인 한자를 보니 우리가 아는 그 ‘지옥(地獄)’이 아니다.

책 <라디오 지옥(紙屋)>은 종이집. 즉 라디오 책이라는 뜻이다. 제목에 숨어있는 반전처럼, 이 책은 까칠한 윤성현 PD의 ‘의외로’ 따뜻한 이야기가 채워져 있다. 음악을 좋아했던 라디오 키드가 라디오 PD가 된 이야기나, 음악에 대한 그의 솔직담백한 의견들 말이다. 이밖에도 음식, 여행에 대한 그의 단상과 청춘에 대한 조언까지 담겨있다.

그렇다고 표현까지 친절한 것은 아니다. <심야식당> DJ 윤이모(청취자들이 붙여준 윤성현 PD의 애칭)의 신랄하고 시크한 입담은 지면 곳곳에 녹아있다. 사이버 DJ 윌슨이 진행하는 <올 댓 차트> 시절부터 열성적인 지지층을 이끌어냈던 그 특유의 말투 말이다. 본인 스스로도 “DJ가 하나마나한 착하고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방송”은 싫었단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간혹 당혹스러운 ‘막말 DJ’ 사례는 이런 식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외모나 성격 모두 빠지지 않는데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요’라고 묻는 청취자에게 “객관적이지 않은 겁니다”라고 답하고, ‘자취방에 남자친구가 온다는데 청소를 안 해 걱정’이라는 청취자에게 “피임이나 잘 하시죠”라고 말한다.

▲ 윤성현 KBS PD
책에는 음악과 라디오 방송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도 담겨있다. 일본음악을 내보낼 수 없는 심의 기준을 향해 “사람들의 인식은 첨단을 달리는데, 방송은 전근대적”이라고 꼬집고, 아이돌을 폄하하는 심야 음악방송 청취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는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틀 생각”이라고 선전포고한다.

자신이 지나온 20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 대한 당부도 있다. 한 번쯤 혼자 여행을 떠나 극단의 외로움을 맛보라고 권하고, 주말엔 ‘라디오를 듣지 말고’ 밖에 나가 젊음을 분출하라고 등을 떠민다. 말미에 수줍게 건네는 청취자들을 향한 인사는 애정이 묻어난다. “당신들이 있기에 방송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평소에 고맙다고 챙겨 말하지 않지만, 다 알고는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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