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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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을 보내며
[논설]
  • PD저널
  • 승인 2010.12.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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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모진 삶과 저항으로 가득했던 지상과의 인연을 뒤로 한 채 오늘 광주 5.18 민주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선생은 1970~80년대 군사 정부 하에서 현실 참여적 이론연구와 비판적 언론활동을 통해 사회진보의 든든한 그루터기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선생에게 ‘메트르 드 팡세’(사상의 은사)라는 헌사를 바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선생은 누구보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선 ‘실천적 지성인’이었다. 언론사와 대학에서 네 차례 해직되고, 다섯 차례 구속된 일이 이를 반증한다.

평생을 시련 속에서 보내셨던 선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히 보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요, 자유언론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민주정부를 거치는 동안 “지난 2·30년의 투쟁의 결과로 뭔가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하던 선생께서 작년에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파시즘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할 정도로 곳곳에서 민주주의는 위기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언론 현실은 또 어떤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78개국 가운데 42위로, 남태평양의 국가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인물들이 앞 다투어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꿰차고 있고,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소중한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YTN과 MBC의 해직 언론인들이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상고를 제기하는 등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온갖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은 PD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제작 활동을 억압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종편에 대해서는 일전에 선생 스스로 ‘보수 언론과 이명박 권력이 화간하는 모습’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PD들이 리영희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리영희의 입으로 말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리영희가 되어 언론자유를 옥죄고 있는 여러 우상을 파괴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우상과 이성> 서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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