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적 보도 태도, 연합뉴스 공정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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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사회 “정치적 독립성 회복해야”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연합뉴스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편향적 보도가 노골화 되었다는 지적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심각성도 크다. 연합뉴스 노조가 최근 부장대우 이하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연합뉴스 보도가 ‘공정하다’는 답변은 겨우 3.9%에 그친 반면, 불공정하다는 답변은 65.9%를 차지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응답도 87.4%에 달했다. 지난 9월에는 노조가 “회사가 공정보도를 위해 성의 있고 가시적인 노력을 보일 때까지 편집위원회 참여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은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새언론포럼 주최로 9일 열린 ‘국민 세금 받는 연합뉴스, 과연 공정한가’에 관한 토론회까지 이어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연간 30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는 수신료를 받는 KBS와 비슷한 지위란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정권 나팔수 역할하나”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연합뉴스의 4대강 사업과 이명박 정부 반환점 평가 등에 관한 기획기사 분석을 바탕으로 연합뉴스 보도가 양적으로나 취재원, 시각, 균형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새언론포럼이 공동 주최한 ‘국민 세금 받는 연합뉴스, 과연 공정한가’에 관한 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칼슨 홀에서 열렸다. ⓒPD저널
김동준 실장은 “갈등적 이슈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최소한의 기계적인 균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편향된 태도를 보였고, 4대강 사업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측면 가운데 정부 측 입장만을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8월 이명박 정부 평가 기사 역시 친정부적 경향을 보였다며 “마치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를 구원한 구세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최근 한미FTA 추가협상 타결에 관한 기사에서도 추가협상에 대해 찬성 또는 긍정적인 평가를 담은 기사가 전체 보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취재원도 5명 중 4명이 찬성 논리를 가진 전문가들로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냈다.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보도채널 신청 옳지 않아”

그렇다면 이 같은 불공정 보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노종면 전국언론노조 민실위 위원장은 “연합뉴스 노조 설문조사에서 기사가 불공정하게 훼손됐다는 응답이 30%에 가까웠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스킹 과정에서 정부의 편을 드는 보도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연합뉴스 경영진을 공정하게 선출해야 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MB특보 출신”이란 점을 꼬집었다.

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수용자 권익위원회’의 구성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수용자 권익위에 NHN 이사, 거대 법무법인 변호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무, 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대거 포함된 것을 두고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위원 면면을 보면 연합뉴스는 계약 체결 당사자, 즉 비즈니스 파트너를 수용자로 인식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수용자 권익위는 일반인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고, 민원 창고 역할은 다른 위원회나 시스템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연합뉴스가 사실상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가고 있다”면서 연합뉴스의 보도채널 사업 신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준상 사무총장은 “연합뉴스는 기간 뉴스통신사로서 KBS와 거의 동일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미디어법이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이상, 기간 뉴스통신사 지위를 가진 연합뉴스가 보도채널을 신청하는 것이 용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스통신 개념 재정립해야”…“경쟁체제 도입” 주장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뉴스통신사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SNS 등 1인 미디어 및 통신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예전 패러다임의 뉴스통신 개념이 적절한가”라며 “한 매체의 독점 하에선 균등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준희 회장은 이어 “국가 기간통신사를 폐지하고 위헌소송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상 사무처장도 “뉴스통신의 개념을 차분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만일 기간 뉴스통신사라는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면, 뉴스 도매만이 아닌 소매도 한다는 전제 하에서 시민들이 개입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희용 팀장 “기자들 스펙트럼 다양…일관된 논조 없다”

▲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노종면 전국언론노조 민실위원장(왼쪽)과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PD저널
이날 토론회에 대해 연합뉴스 측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연합뉴스는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지난 8일 언론연대 측에 공문을 보내 “토론회의 개최 일자가 보도전문채널 심사를 앞둔 매우 민감한 시기이므로 심사위원들의 객관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토론회를 방통위의 보도채널 승인 심사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측의 요청에 따라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도 “보도채널 경쟁 예비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볼 때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들에 대해서도 그는 “겸허하게 수용해서 해결할 부분은 해결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면서도 “연합뉴스 내부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는 성격상 실시간 보도이기도 하고 여러 부서에서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에 일관된 논조로 내보내지 않는다”면서 “연합뉴스의 성격과 기자들의 스펙트럼도 1인 사주가 있는 회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다양하므로 그런 부분을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노종면 위원장은 “연합뉴스는 KTX를 타도 나오고 포털에서도 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체로 실질적 독과점”이라며 “일반 언론사보다 훨씬 중요하고 파급력이 큰 매체이고 공적 언론사인 만큼 좀 더 많은 비판과 감시에 노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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