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호랑이 찍으러 다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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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다큐 ‘동아시아 생명대탐사, 아무르’ 이광록 PD

▲ 이광록 KBS PD ⓒPD저널
KBS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형 다큐멘터리 <동아시아 생명대탐사 아무르>(연출 이광록, 손성배)는 몽골에서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아무르강(흑룡강)의 자연과 사람들을 담은 작품이다. 제작진은 “동북아 생태와 문화의 원류이며, 한반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아무르강을 선택했다.

이광록 PD는 “아무르강 유역에는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식물이 많이 남아있다”며 “문화적으로도 유사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발해를 이뤘던 흑수말갈족의 후예로 우리와 얼굴 생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몽골에서 시작된 아무르강이 대초원과 타이가 숲을 만들고, 오호츠크해로 흘러가는 장대한 흐름을 ‘자연과 인간’이라는 프레임으로 담아냈다. 제작비 9억원이 투입됐고 제작기간 1년, 촬영일수 230일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

아무르강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하루하루가 “맨 땅에 헤딩”이었다. 4400km에 이르는 아무르강 전 지역 촬영을 시도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국경지대라는 민감성과 추운 기후 탓이었다. 영국 BBC나 중국 방송사도 일부 지역을 촬영한 게 전부였다.

추운 날씨보다 힘든 건 열악한 촬영 인프라였다. 이광록 PD는 “전문적인 현지 코디네이터도 없었고, 기본적인 장비 임차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무게 250kg에 이르는 KBS 헬기 짐볼 장치도 현지 촬영에 공수됐다.

복잡한 통관을 뚫고 어렵게 가져간 헬기 짐볼 장치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흔들림 없는 항공 촬영으로 아무르강의 지형, 타이가 숲, 대초원의 말 경주 등을 역동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촬영 허가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통제가 심했다. 이 PD는 “중국 공안과 러시아 정보기관이 따라 붙었다”며 “촬영 기간 동안 4번 연행돼 조사를 받았고, 테이프를 뺏겨 세 달 만에 돌려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동 또한 모험이었다. 길이 없는 초원과 습지대를 이동하기 위해 제작진은 말과 순록을 탔으며, 때론 장갑차와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장갑차가 고장 나 걸어간 적이 있다. 잘 걷는 편인데도, 눈이 무릎까지 차니 7시간 이상 걸으니까 너무 힘들더라.”

그렇게 현장을 지켜도 쉽게 ‘그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호랑이, 늑대, 가젤 등 희귀종이 서식하지만 대부분 숲속과 습지에서 단독 생활하는 동물들이다. 흔히 자연 다큐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대규모 이동 장면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광록 PD가 설명하는 <아무르>는 “자연을 통해 바라본 인류 생활사”다. 그는 “척박한 자연 환경이 원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을 대하는지 그 태도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몽골 유목민들은 가축 한 마리를 잡더라도 예의와 절차가 있고, 타이가 숲의 사냥꾼들은 사슴을 잡아도 뼈를 다치지 않게 합니다. 피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지키는 거죠. 자연을 이용하되 경외하는 태도는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인 것 같아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해석되는 그들의 세계관이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 ⓒKBS
<아무르>의 프롤로그인 1부 ‘깨어나는 신화’가 오는 19일 방송되지만, 이광록 PD는 조만간 다시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 아무르강의 겨울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벌써 18번째 출장이다. 이 PD는 “호랑이 촬영은 아직 진행 중인 단계”라며 “이번에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르> 2~5부는 내년 3월 방송된다.

현빈, 고현정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대작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으면서 <아무르>의 목소리가 누가 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광록 PD는 “연예인을 내세우면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되겠지만, KBS는 시류에 편승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아나운서나 성우가 내레이션을 맡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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