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지역국 제작비 추가 편성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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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달 만에 17억원 소진… 지역 PD들 “연말 흑자 줄이기냐”

KBS가 최근 지역국에 제작비 명목으로 추가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효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수신료 인상 국면에서 KBS가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연말에 예산을 푼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KBS 기획예산국은 지난달 말 각 지역국에 공문을 보내 연내 제작 가능한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제출하라고 전달했다. 심사를 통해 제작비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9개 지역국 21건이 지원작에 선정됐고, 총 17억여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KBS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수시 예산편성 차원에서 이번 제작비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역정책부 관계자는 “로컬(지역) 프로그램 비율을 늘리는 추세에 맞춰 편성 담당부서와 상의해 수시 지원 시기를 결정한다”며 “올해 4월과 7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4억 5천만원과 14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고 했다.

▲ 서울 여의도 KBS

하지만 연말 추가 편성된 예산은 대부분 콘서트나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됐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지역국 구성원들의 반응이다. 대구총국의 한 PD는 “워낙 갑자기 예산이 편성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은 쇼 프로그램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억원을 지원받은 KBS 대전총국은 〈다문화 가족 노래 경연대회〉(20일 방송예정), 〈7080 콘서트〉(21일 녹화) 제작에 이 돈을 사용했고, 20분짜리 정규 프로그램 〈540스튜디오〉를 45분 특집으로 확대 편성하는 데도 이 예산이 쓰였다.

각각 2억원을 받은 KBS 부산총국과 광주총국도 각각 특집 콘서트 〈2010 군고구마 콘서트〉(29일 방송예정)와 겨울방학특집 〈콘서트 필〉(28일 방송 예정) 등을 제작했고, 대구총국도 8000만원을 지원받아 〈사랑나눔 콘서트〉(28일 방송 예정)와 지역 프로그램 〈행복콘서트〉 특집 제작에 사용했다.

연말에 ‘갑작스런’ 예산 편성을 바라보는 지역국 구성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KBS 광주총국의 한 PD는 “연간 제작비가 7~8억원인 광주총국에 한 달 특집비로 2억원을 지원했다”며 “정규 제작비를 늘리는 게 우선이지 이런 방식은 괴리감만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총국의 한 PD도 ‘비효율적인 지원’을 비판했다. 이 PD는 평소 제작비 부족에 쪼들리는 지역국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고 했다. 그는 “평생 돈 없다고 하다가 죽기 전에 해외여행 가라는 격”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총국의 한 PD는 “연말에 특집 하라고 갑자기 예산을 던져주는 건 기획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신료 인상을 의식한 KBS의 ‘흑자 줄이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K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억원에 육박하는 흑자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총국 PD는 “연말 흑자가 예상되니 예산을 소비하라는 것으로 다들 이해하고 있다”고 했고, 광주총국 PD도 “회계연도가 끝날 시점에 갑자기 제작비를 쓰라는 것은 수신료 인상정국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흑자를 소진하려는 목적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예산 편성은 수신료 인상 정국에서 지역서비스 강화를 위한 차원이지, 흑자를 줄이기 위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KBS 기획예산국의 한 간부는 “제작비 지원은 연말에 진행되는 각 지역국의 사회공헌 행사가 협찬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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