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내부 ‘언로’ 마저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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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내부 ‘언로’ 마저 봉쇄
경영진 비판 글 삭제·징계 등 잇따라…“언론사가 표현의 자유 제한”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2.14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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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의 ‘입’이 막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 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의 언로(言路)마저 차단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언로 봉쇄도 게시 글 삭제, 징계, 검찰 고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사내 비판 여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겁박’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KBS 김범수 PD가 사내게시판에 〈추적 60분〉 4대강 방송의 불방 사태를 비판하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측에 의해 삭제돼 파문이 일었다. KBS 전자 게시물 관리위원회가 관련 지침에 근거, 삭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공사 사원으로서 회사의 이미지와 개인(김인규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KBS측은 김 PD에 대한 징계와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병순 전임 사장 시절부터 KBS 내에선 경영진에게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글이 일방적으로 삭제되거나 징계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댓글을 문제 삼아 해당 직원을 징계하는가 하면, 트위터에 쓴 글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KBS는 언론사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공영방송사다. 대표에 대한 한 마디의 내부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재벌 삼성이 아니”라며 “사내 언로를 틀어막는 작태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비단 KBS만의 일이 아니다. MBC도 지난 4월 사내 인트라넷에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오행운 PD를 ‘사내 질서 문란’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가 재심을 거쳐 감봉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SBS는 지난 10월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내 온라인망의 기자게시판을 기존의 익명제에서 실명제로 전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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