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대신 징계와 규제로 직원들 ‘입’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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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대신 징계와 규제로 직원들 ‘입’ 통제
KBS 비판 글 징계·MBC 가이드라인 제정·SBS 실명제 강행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12.14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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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우선해야 할 언론사가 정작 사내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징계와 규제로만 대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광장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언로(言路)가 막혀 버렸다. 사내게시판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징계를 받고, 트위터나 인터넷 토론장에 의견 글을 게시해도 징계는 물론 고발까지 당한다. 언론인의 입도 막히고, 손발도 묶여 버렸다. 2010년, 방송가의 현실이다.

■KBS, 글 삭제·징계 남발=KBS에선 ‘비판 글’ 삭제가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최근 〈추적60분〉 불방 사태와 관련해 김범수 PD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비판 글은 두 차례나 삭제됐고, 앞서 지난 1월에도 김인규 사장을 “‘땡이뉴스’의 주역”이라고 비판한 글이 삭제됐다. 앞서 KBS 강릉방송국 강명욱 PD 등도 비판 글을 올렸다가 인사위에 회부됐다. 또 다른 PD는 댓글에서 ‘특보 사장’ 등의 표현을 썼다가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회사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 차원”이라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 글에 대한 삭제와 해당자 징계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KBS의 한 PD는 “이병순 전임 사장 이후 게시판 글을 가지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은 품위 유지 규정과 명예훼손 등이 근거라고 하는데, 이를 회사 인사위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단지 기분 나쁘니까 벌을 준다는 것 말고는 아무 논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 관계자는 “사내게시판은 폐쇄적 공간이어서 다소 거친 표현이나 회사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대체로 용인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사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결과 일방적인 삭제와 징계로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적인 글을 쓰지 말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내 언로 차단 시도는 비단 KBS만의 일이 아니다. MBC 〈PD수첩〉의 오행운 PD도 지난 4월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SBS는 지난 10월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내 온라인망 보도국 게시판의 실명제 전환을 강행했다. 안정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방정방송실천위원장은 “익명제일 때는 뉴스에 대한 비판 글이나 사내 복지에 대한 비판 글 등이 종종 올라오곤 했는데 지금은 발길이 끊기며 일반 공지사항 게시판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야 할 언론사가 정작 사내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징계와 규제로만 대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광장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트위터 글 문제 삼아 검찰 고발까지=외부 언론이나 트위터 등에 올린 글도 감시와 징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용진 울산 KBS 기자(전 KBS 탐사보도팀장)는 지난 11월 〈미디어오늘〉에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것이 문제가 되어 지역 인사위에 회부됐다.

또 KBS 김제송신소의 황보영근씨는 지난해 8월 다음 ‘아고라’에서 ‘수신료 거부 운동’을 언급했다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황보 씨는 또 6·2지방선거 기간이던 지난 5~6월 자신의 트위터에 ‘오세훈을 심판하자’ 등의 글을 올렸다가 KBS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보씨는 “지난 번 징계에 더해 사규를 적용, 해임하겠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손발이 묶이고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태”라고 말했다.

MBC에서도 최근 경영진이 취업규칙에 근거, 외부매체에 회사를 비판하는 인터뷰나 글을 기재하는데 대한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비판이라든가 개인의 주장이 포괄적으로 회사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근행 MBC본부장은 “언론인 개인의 양심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허가를 받고 규제하거나 문제를 삼아서 조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MBC는 또 최근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 지난달 8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인의 책임·공정성·품격 유지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에는 △개인적 견해를 나타낼 때에도 자신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본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등에 대해 타 언론이 취재하고자 할 경우 소속 부서장에 보고 후 대응하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 방송사 경영진이 사내 비판 여론을 소통이 아닌 규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지적이 높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할 언론사들이 오히려 구성원들에게 불이익 주고 처벌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자세는 언론인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 언론인의 비판력 자체를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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