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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내일부터 판매 중단에 들어간다. 롯데마트는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 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판매 중단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롯데마트의 설명은 두 가지 이유에서 솔직하지 못하다. 대기업이 새로운 영업 전략을 시작하면서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않았을 리 없다.

문제는 두 번째에 있다. 다양한 의견의 수렴보다 권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로 영세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고, 이를 의식한 롯데마트 사장이 지난 13일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후 전격적으로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신속하게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상생’과 ‘공정’을 하반기 국정운영 이념으로 내세웠음에도 예산안의 일방 처리 때문에 가뜩이나 사회적 저항이 큰 가운데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장악을 방치할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상생’과 ‘공정’의 잣대가 과연 사회 전반에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 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종편엔 현재 지상파 방송에 금지돼 있는 중간광고가 허용되고, 광고의 직접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종편 종자돈’ 의혹을 받고 있는 KBS 2TV 광고의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 또한 잠복해 있다. 지상파 방송이 매 분기 전체 방송시간의 80%(EBS 70%) 이상을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과 달리 종편은 40%만 편성해도 된다. 지상파 채널 사이에 있는 홈쇼핑 채널 자리에 종편을 채워 넣는 ‘채널 연번제’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은 사실상 지상파 방송과 비슷한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이유로 이처럼 온갖 불공정 특혜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과 방송?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한 채 오는 30일쯤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정책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논란을 일으켜선 안 된다. 정부가 공언한 ‘상생’과 ‘공정’의 기준과는 한참 먼 현행 종편 정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재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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