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 시사제작국장과 김현 시사제작 1부장은 16일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추적 60분 결방 사유를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5일 <추적 60분>에는 ‘SOS! 게임의 수렁에 빠진 아이들’ 편이 방송 예정이었다”며 “시사제작국장과 시사제작1부장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 제작을 수차례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과 김 부장은 또 “그러나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4대강 편 보류 사유를 이해할 수 없고, 방송 기일이 밀리면서 게임중독 아이템의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 취재를 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적 60분> 제작진은 “‘SOS! 게임의 수렁에 빠진 아이들’ 편이 방송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국장과 부장은 4대강 편 불방에 대해 2주간 단 한 번도 제작진에 공식 통보한 적이 없다. 특히 4대강 편 다음주에 편성 예정이던 ‘SOS! 게임의 수렁에…’ 제작을 수차례 지시했다는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17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김현 부장은 방송 전날(14일) 오후 강희중 CP(책임PD)에게 문자를 보내 이번주 방송을 ‘게임 중독’ 편으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제작진은 난색을 표명했다.
“4대강 편의 불방 이유도 설명되지 않은 상태였고, 현실적으로 하루 만에 60분짜리 대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김 부장은 “VCR 길이를 줄이고 스튜디오 토크를 길게 해서라도 방송을 내보내라”고 제안했지만, 제작진은 그것 역시 하루 만에 준비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후 이화섭 국장이 담당 팀장에게 “방송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냐, 아니면 안 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제작진은 김현 부장에게 설명한 이유를 들며 “현실적으로 제작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1주 불방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방송 준비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적 60분> 제작진은 “국장과 부장이 최초로 대체 제작에 대한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방송 전날이었다”며 “60분 편성물이 하룻밤 만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책임자들의 인식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어이없는 지시를 내린 국장과 부장의 의도를 정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간부들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며 김현 부장에게 해당 글의 수정을 요구했지만, 김 부장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화섭 시사제작국장과 김현 시사제작1부장이 사내게시판에 밝힌 <추적 60분> 불방 이유에 대해서도 KBS 구성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 부장이 “(4대강 방송편에는)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인사가 훨씬 더 많이 출연했다”며 찬성·반대 출연자의 인터뷰 횟수를 표로 정리한 것에 대해 비판과 냉소가 쏟아졌다.
KBS의 한 라디오 PD는 댓글에서 “공정성, 균형을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지금까지 모든 시사 프로그램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양태라면 주요 뉴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시사 프로그램은 당장 방송중지·결방처리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재부의 한 직원도 “사회 비판 프로그램에서 찬반 양쪽 출연자를 동일한 횟수로 인터뷰하는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예능국의 한 PD는 “정해진 결론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분석과 민주적 의견 교류와 정당한 권한 행사를 통해 불방시킨 것처럼 포장해야하는 숙제가 버거워 보인다”며 “밤새 고생하며 프리뷰하고 숫자 세며 (인터뷰 비교) 표 만든 사람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측은하다. 다음에는 개별 인터뷰 시간과 총 누적시간까지 기록해 더 과학적인 것처럼 해 달라”고 비꼬았다.